“숫자 느는 건 ‘성장’, ‘부흥’은 생명이 들어오는 것”

‘리더메이커’ 서길원 목사의 흔들림 없는 길

이화여대 신대원 강단에 감리교 목사가 강사로 올라왔다. 첫 강의. 목회학 수업이었다. 한 학생이 손을 들어 질문했다. “목사님, 막걸리로 성만찬 해도 됩니까?” 일순 침묵과 함께 긴장감이 흘렀다. 당돌한 학생의 짓궂은 질문이었다. 이 위기를 어떻게 넘길지, 학생들의 시선이 쏠렸다.

“학생, 사치 떨지 말아요.” 그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 “한국교회가 지금 그렇게 한가한 때인가요? 교회가 부흥할 수 있다면 막걸리가 아니라 구정물로도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런다고 교회 부흥하겠습니까?”

인터뷰를 위해 서울 노원구 상계교회를 방문한 기자에게 서길원 목사(49)는 몇 해 전 이야기를 꺼내며 이렇게 말했다.

“한국교회가 너무 지성에 빠져 있어요. 지금 왜 한국교회가 욕을 먹을까요? 겉으로는 잘하는 것 같지만 뒤집어 보면 전혀 다르니까요.”

그의 날선 비판은 계속 이어졌다. “부흥이 뭐에요? 단순히 숫자 늘어나는 건 부흥이 아니죠. 그건 성장이라고 하죠. 부흥은 생명이 다시 들어오는 거에요. 하나님께서 직접 개입해 들어오셔서 일하실 때 부흥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회개해야 부흥이 온다? 그렇지 않죠. 죄를 짓고 ‘하나님 용서해 주세요’ 하는 것은 뉘우치는 것이죠.”

서 목사의 말은 솔직하고 날카로웠다. 7년째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해온 ‘코칭 전문가’다운 면모였다. 교인 수 450명이던 교회를 3년 만에 1천7백명 규모로 성장시킨 ‘부흥 메이커’의 모습도 행간에 담겨 있었다. 매년 2월 그의 세미나를 거쳐 간 목회자들 사이에서는 ‘참석 뒤 놀랍게 부흥하더라’는 입소문이 났다. 해마다 700여명이 참석, 지금까지 3천여명이 거쳐 갔다. 세미나 이름은 ‘리메이크(Remake) 교회 부흥 세미나.’ 오는 2월 7일 열릴 7번째 세미나 준비에 분주한 그를 만났다.

▲감리교의 차세대 지도자로 꼽히는 서길원 목사에게 위기에 처한 한국교회의 해법을 들어 봤다. ⓒ박현우 기자

-한국교회가 위기라고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엄청난 위기이지만, 한편으론 엄청난 기회를 맞이하고 있어요. 왜 위기가 왔느냐 하면, 사회와 다를 게 없기 때문이죠. 예수 없는 한국교회죠. 예수님의 삶이나 능력이 없다 보니, 사회하고 똑같아요. 우리는 ‘비영리 단체’라고 하지만 세상은 ‘기업’이라고 욕한단 말이죠. 그러면 왜 기회인가? 그런 것 가지고 안 되는 것 알고 처절히 낮아지니까요. ‘인간의 능력으로는 안 되는구나’ 이걸 깨달아가고 있죠. 하나님을 찾을 때가 왔어요. 지난해부터 감리교에 무슨 바람이 불었냐면, 기도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어요. 장로님들이 집회 가면 성령 이야기 많이 하고, 자발적으로 기도회를 여는 거에요.”

-현 한국교회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요?

“한국교회는 갓 태어나서 성장을 했는데, 성숙을 안 하고 있는 것이 문제예요. 성화란 말을 자주 쓰죠. 하지만 한국교회에서 대체로 성화를 뭐라고 이야기 하느냐면 ‘나눠주는 것, 섬기는 것’ 이렇게만 인식하고, 말해요. 그것이 물론 성화의 한 모습이지만 그것이 진정한 성화는 아닙니다. 성화는 하나님과의 영적인 커뮤니케이션이 되어야 가능한 거에요. 하나님의 비전, 파워가 들어와야 해요. 우리는 성화라는 것을 착하게 남 도와주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큰 착각이에요. 한국교회가 지금 망해가는 이유가 신학을 지성화하고, 윤리화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오늘날 성화의 문제도 생명력 없는 윤리적 성화만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제 교회가 해줄 수 있는 부분이 사실상 많이 없어요. 교육이나 복지, 문화 등은 사회가 대부분 해결해주고 있어요. 그런데 사회가 해줄 수 없는 것이 하나 있죠. 그것은 바로 영성이에요. 그 영성은 하나님을 만날 때 얻을 수 있죠. 하나님을 만나면 예배가 좋아지고, 성경을 읽기 시작해요.

단순히 숫자 늘어나는 건 부흥이 아니죠. 그건 성장이라고 하죠. 부흥은 생명이 다시 들어오는 거에요. 하나님이 직접 오셔서 일할 때 부흥이 일어나는 것이에요. 회개해야 부흥이 온다? 그렇지 않죠. ‘죄를 짓고 하나님 용서해 주세요’하는 것은 단순히 뉘우치는 것이죠.”

-그렇다면 진정한 회개란 무엇입니까?

“진정한 회개는 크신 하나님 앞에 설 때 일어나요. 존재적 회개. 베드로가 그물이 찢어질 정도로 물고기를 잡았을 때 예수님께 뭐라고 하던가요? ‘주여 나를 떠나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 진정한 회개는 이런 회개입니다. 실존적 체험을 하고 나니까. 감당할 수 없게 되는 것이죠. 이럴 때 우리의 양심이 깨어나고, 사랑의 윤리 의식이 깨어나는 거에요.

착한 척하고, 이중적인 모습들은 신학을 지성화해서 생긴 문제이고, 그로 인해 사회로부터 무시당하는 거죠. 성령의 기름 부음을 받아서 예언의 음성을 듣고, 환상을 보고, 실존을 느끼면 말하지 않아도 예배 철저히 하고요. 진짜 알아서 잘 삽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 하면 한국에서는 이단이라고 해요.”

-작년 세미나의 주제가 성령이었습니다.

“영적인 분위기가 침체될 때마다 하나님께서 쓰시는 전략은 성령의 기름 부으심이에요. 한국교회가 성령의 기름 부으심을 받으며 갈 때가 됐어요. 작년에 저희 세미나 할 때 치유 역사가 많이 일어났어요. 그 때는 세미나가 아니라 집회였죠. 올해는 소그룹, 제자양육이 주제입니다. 그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셨어요.”

▲리메이크 교회 부흥 세미나에서 상계교회 서길원 담임목사가 강사로 나서 강의를 하고 있다. 그는 목회자의 마인드가 바뀌면 교회도 바뀐다고 믿고 매년 교회 재정의 일부를 쪼개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그의 사명은 ‘리더 메이커’라고 했다. ⓒ상계교회 제공

-리더 양성에 관심이 많으십니다.

“저는 앞으로 목회자학교를 만들고 싶어요. 신학대처럼 크게 만들지 않아도 상계교회에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신학교와 다르게 목회자학교는 좀더 심화된 목회학, 성장학, 영성, 리더십 등을 가르치는 곳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한국에 100명의 목사님들만 제대로 길러내도 한국교회는 바뀔 수 있어요.

저의 롤 모델은 ‘바나바’에요. 바울처럼 훌륭한 리더를 세우는 바나바. ‘리더 메이커’의 사명이 저에게 있죠. 저의 은사 1번은 가르치는 것이고, 하나님께서 또 그렇게 쓰고 계십니다.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코칭 세미나 하는 것도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해서 하는 것이고요.”

-앞으로 다른 계획이 있나요?

“리메이크 교회 부흥 세미나 전담 사역자를 세웠으면 해요. 앞으론 저 혼자서는 할 수 없으니까요. 그리고 세미나를 거쳐간 목회자들 또는 지역 미자립교회 간에 네트워크를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작년에 그 작업을 몇몇 지방에서 하다가 다 못했는데, 올해는 조직을 잘 짜보려고 합니다. 그들이 네트워크를 이뤄서 서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고, 자립하면 또 다른 미자립교회를 도울 수 있게 하고 싶네요.”

-요즘 교회 개척이 어렵다고 합니다. 후배 목회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어렵다는 말을 빼면 좋겠어요. 엊그제 용인연합집회 다녀왔어요. 거기서 말했어요. ‘목회하다가 감옥 갔다 온 사람 있으면 손 들어봐요’ ‘팔 잘려 본 사람 손 들어봐요’ 아무도 없어요. 그러니 너무 징징대지 말았으면 합니다. 초대교회는 순교였어요. 목회하면서 손목 한 번 꺾여 본 사람이 없어요. 개척? 예전보다는 어렵죠. 그런데 옛날엔 쉬웠냐고요. 60~70년대는 보리 서 말 가지고 개척했어요.”

하지만 개척의 형태는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옛날 방식대로 해서는 안 돼요. 먼저는 전문화해야 합니다. 슈퍼마켓이 대형마트에 죽지 않으려면 전문화하는 것밖에 없죠. 큰 교회할 욕심 부리지 말고요. 청소년 사역하겠다고 하면 그것만 하면 됩니다. 그러면서 나머지 자금은 조달할 각오가 있어야죠.”

서길원 목사는

‘지성’과 ‘야성’을 겸비한 목회자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목원대 신학과를 수석 졸업한 그는, 여러 신대원에서 출강 요청을 받는다. 그의 신학적 통찰력을 알아보는 대학 관계자들이 많다는 반증이다. 모든 요청을 다 수락하지 못하고, 몇몇은 거절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목원대와 이화여대에 출강하고 있다.

서길원 목사의 학창 시절 신학적 배경이 궁금해 물었다. “저는 보수적 교회에서 보수 신앙을 배운 사람이에요. 그러다가 신학교를 감리교 재단인 목원대로 갔는데, 그 때는 엄청났죠. 80년대 정치적으로 혼란스런 시기에 민중신학·토착화신학이 유행했어요. 저도 당시 민주화운동에 참여해 뛰어다녔죠.” 그는 “보수적 신앙을 경험하지 못했거나 진보적 신학을 배우지 못했다면 이런 사역은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서 목사는 교인들을 내친다. “교인들이 교회에 있으면 전도 나가라고 떠밀어요. 저희 교회는요, 새벽 전도하고 퇴근 전도하는 교회입니다. 무조건 전도를 나가야 해요. 다른 변명이 필요 없습니다.” 교회가, 기독교인이, 이런 야성을 잃어버리면 안 된다고 했다. 야성을 잃어버리면 힘이 없다고 했다. “저는 뭔가 이것이 옳다고 생각되는 일이 생기면, 먼저 계획하지 않고 밀고 나가요. 그런 스타일이죠. 아무리 회의하고 해봐야 해결책이 안 나옵니다. 기도하고 밀어붙여야죠.”

#서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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