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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본관 앞에 세워진 설립자 故 언더우드 선교사의 동상 ⓒ연세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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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세대학교 재단이사회(이사장 방우영)가 기독교계 이사 수를 줄인 것과 관련, 해당 교단들이 ‘법적 대응’을 결정했다. 그러나 이 같은 강경 대처가 과연 얼마만큼의 설득력을 갖느냐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연세대 이사회는 지난 10월 27일 추경이사회를 열고 ‘예장통합, 기감, 기장, 성공회로부터 이사 1명씩을 추천받을 수 있다’는 기존 이사 선임에 관한 정관(제24조 제1항)을 ‘기독교계 2인’으로 바꿨다.
이에 해당 교단들은 즉각 반발했다. 기독교계 이사 숫자를 줄임으로 인해 기독사학인 연세대의 건학 이념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연세대 설립자 故 언더우드 선교사의 직계 후손인 피터 A 언더우드(한국명 원한석) 씨도 같은 맥락에서 이사회의 결정을 비판했다.
결국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영주 총무)는 해당 교단들을 중심으로 한 ‘연세대학교이사파송문제대책위원회’(위원장 박위근 목사, 이하 대책위)를 구성했다. 대책위는 최근 모임을 갖고 연세대 이사회를 상대로 한 법적 대응을 결정했다. 더불어 전국교회에 관련 내용을 알리는 서신을 발송하는 등 범교계 차원의 대책을 세운다는 방침이다.
“한국교회 권리 박탈한 처사” vs “현실 도외시한 지분 챙기기”
대책위의 이 같은 결정을 두고 의견이 나뉘는 상황이다. 현 연세대 방우영 이사장(조선일보 명예회장)의 독단 등을 거론하며 이사회 결정을 질타하는가 하면, 대책위를 중심으로 한 기독교계가 연세대의 현실은 도외시한 채 지분 챙기기에만 급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먼저 이번 이사회 결정을 반대하는 측은 이미 언급한대로 ‘기독교 건학 이념 훼손’을 반대의 첫번째 이유로 꼽고 있다. 대책위는 지난 NCCK 제 60차 총회에서 채택한 특별 성명서를 통해 “교단 파송 이사제도는 연세대 창립이념과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전통”이라며 “그것은 이사회 정관의 교단 파송 조항을 통해 제도화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연세대 이사회는 2008년 2월에 만료된 (기독교계) 이사들에 대해 기장과 성공회가 교단 파송 신임 이사를 통보하고 여러 차례 독촉했음에도 (이사회가) 이사 등재를 하지 않았다”며 “이런 가운데 정관을 개정한 것은 한국교회의 권리를 박탈하려는 의도적인 처사”라고 지적했다.
반면 연세대 이사회는 이번 정관 개정이 ‘개방이사’와 관련된 사학법 규정을 준수하기 위함이고 지난 10월 추경이사회를 통한 정관 개정 절차 역시 하자 없이 진행됐다는 입장이다.
실제 개정 전 정관은 4개 교단서 각 1인, 연세대 동문회 2인, 총장 1인, 사회유지 5인으로 이사회를 구성할 것을 규정해 개방이사에 대한 내용이 없다. 바뀐 정관은 기독교계 2인, 연세대 동문회 2인, 총장 1인, 사회유지 4인, 개방이사 3인이다.
당시 추경이사회에서 연세대 김한중 총장은 “법인의 현 정관상 12명의 이사 구성과 개방이사의 선임이 상충하므로 정관 개정의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후 정관 개정은 참석 이사(9명) 및 감사(2명) 전원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당시 이사회는 임원 결석 없이 개회했다.
“반발 이전에 자성도 필요” vs “연세대는 한국교회의 자산”
연세대 교수평의회 의장 양혁승 교수(경영학)도 연세대 이사회의 결정이 비교적 합리적이라는 데 동의했다. 연세대 교수평의회는 각 단과대학 교수 대의원들로 구성된 조직으로 전체 교수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기구다.
양 교수는 “개정 전 정관은 각 교단 파송 이사 4명과 함께 사회유지 5명 중 2명도 기독교계 이사로 채울 것을 규정하고 있었다. 전체 12명 이사 중 6명이 기독교계 이사였던 것”이라며 “이렇게 구성된 이사회가 과연 지금까지 학교 발전에 얼마나 기여했느냐를 4년 전 평의회 차원에서 연구한 적이 있다. 결론은 이사회가 제대로 기여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기독교계 이사들의 대표성이 지나치게 강하다는 의견도 제시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기독교계 이사의 숫자가 줄었다고 그것이 곧 기독교 건학 이념이 훼손된 것이라고 봐선 안 된다”면서 “기독교계가 이번 이사회 결정에 반발하기 앞서 건학 이념에 따른 진정한 연세대의 발전 방안이 무엇인가를 먼저 생각하고 또한 그간의 기독교계 이사들의 활동은 어떠했는지도 자성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책위 이훈삼 국장(NCCK 정의평화국)은 “이사회 12명 이사 중 6명이 기독교계 이사인 것을 두고 과도한 지분이라 하지만 애초에는 정원 7명 중 6명이 기독교계 이사였다”며 “이는 설립자 고유의 정신이자 권한이다. 따라서 누구도 이를 배제한 채 독단적 결정을 내릴 수 없다. 그러나 이번 이사회는 설립자 후손들의 그 어떤 의견도 청취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 국장은 또 “사실 ‘기독교계’라는 단어 자체가 모순이다. 일반 이사들 중에도 기독교인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건 기독교인 이사가 과연 교단 파송 이사냐 하는 것”이라며 “이번 정관 개정에서 이사회는 교단 파송 이사를 단순히 ‘기독교계 이사’로 개정했다. 교단에서 이사를 파송하던 것이 이사회가 기독교인이면 누구나 뽑을 수 있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연세대는 설립자가 한국교회에 물려준 자산이다. (연세대 이사회가) 설립자의 권한을 일방적으로 없앤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 이사 소화춘 목사 “이사 줄었다고 건학 이념 훼손되진 않아”
한편 연세대 이사회는 14일 임시이사회를 통해 ‘사회유지 4명’을 누구로 할 것인가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는 당초 5명이던 사회유지 이사를 4명으로 줄이면서 그 면면은 구체화하지 않았었다.
현재 기독교계 이사인 소화춘 목사(기감)에 의하면 연세대 이사회는 ‘사회유지 이사 중 기독교계 이사 2명이 포함된다’는 기존 방침을 그대로 유지했다. 결국 연세대 이사회 12명 중 기독교계 이사는 총 4명이다.
기독교계에서 현 연세대 이사회에 포함된 인사는 이승영 목사(예장 통합)와 소화춘 목사다. 소 목사는 “현 이사로서 개인적 의견을 말할 수 없다”면서도 “연세대 건학 이념이 기독교계 이사가 줄어든 것으로 인해 훼손되진 않는다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