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의 수위는 어느 정도이며 왜 일어나는 것일까? 22일 워싱턴침례대학교(총장 장만석 박사) 가을 학술제에서 '가정폭력의 실제'에 대해 강연한 박상섭 교수에 따르면 이민사회의 50%, 한국 사회의 60% 가정이 폭력을 경험하고 있지만 대다수는 신고하지 않고 참는다. 그는 "인두로 몸을 지지는 경우도 있고, 성적 학대를 하는 등 가정폭력의 수위는 이미 위험상태지만 가정폭력의 특징 중 하나가 은폐성이며, 이는 피해자의 학습적 무기력감을 낳는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가정폭력을 경험하는 피해자(대다수 아내)중 62%가 신고하지 않는 이유로 '(신체적인 학대부터 흉기로 위협해도) 배우자의 폭력이 심하지 않기 때문에 넘어간다'고 응답했고, 맞는 것 자체를 언급하기가 불편하다는 응답이 21.6%, 자녀 때문이라는 응답이 30% 이상을 차지했다.
가정폭력 중 가장 많은 유형은 '배우자 폭력'이다. 박 교수는 "유형에는 자녀폭력, 아동 학대, 배우자 폭력이 있는데 이 중 배우자 폭력이 90%를 차지하고, 배우자 폭력에는 남편이 아내를 때리는 것이 80% 이상"이라며 "또 맞벌이 부부의 경우 남편의 폭력율이 늘어난다. 이는 남편의 의처증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특히 의처증이 있는 경우는 의존성과 질투가 공존한다. 폭력 남편들은 아내를 사랑하기 때문에 친밀감을 호소하지만, 잘못된 방식의 친밀감 호소에 아내는 이를 거부한다. 남편은 아내를 의지하는 만큼 폭력이 나온다. 가정에 누가 개입하면 큰 질투가 폭발한다. 옳고 그름을 현명하게 판단하지 못하고 감정과 열등의식이 앞선다"며 "이런 남편들은 대개 낮은 자존감을 갖고 있고, 부모님이 싸우는 모습을 목격했거나 폭력스러운 아버지를 가졌든지 등 어린시절에 분명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배우자가 폭력성을 띠는 이유는 크게 3가지로 나뉘는 데 첫째는 유전적 요인, 둘째는 심리적 요인, 셋째는 사회적 요인이다. 박 교수는 "유전적 요인도 무시하지 못하지만 우울증 등 성격 장애가 있거나 부모님이 이혼한 가정의 자녀들이 이러한 모습을 띤다"고 덧붙였다. 그는 "부모님이 이혼하고 어린 시절 결핍을 겪으며 자기 중심적이 되기 쉽고 이것이 결혼 후 폭력성으로 나타나게 된다"고 했다. 그는 "가부장적 제도라는 사회적 요인도 간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영국, 미국, 스웨덴, 독일 등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가정폭력에 국가가 개입하고 있지만 한국 사회는 가정 내 발생하는 폭력에 대해서는 대수롭지 않게 여겨 외면해 왔다. 그러나 최근 가정폭력으로 고통 받은 약자들, 노인들을 보호하려는 노력을 법적인 차원에서도 기울이고 있다. 한국 사회의 경우 신고된 경우만 조사해도 전체 가정의 60%가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
박 교수는 "하나님은 최초로 가정을 세워주셨다. 하나님은 이 가정이 포근하고 행복하고 바른 장소가 되기를 바라셨으나 타락한 인간들은 어둠의 장소, 폭력과 학대, 갈등이 난무한 장소로 전락시켰다"며 "이러한 역기능적 독소들은 가정을 파괴시키고 가족 구성원들에게 상처와 불행을 안겨주며 불안과 좌절감을 느끼게 한다. 이는 사회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그 영향은 이웃, 사회 뿐 아니라 창조주 하나님과의 소통에도 많은 문제를 야기 시킨다"고 경각심을 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