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화(Biblical Art)는 통상적인 종교화나 성화가 아니라, 기독교의 경전인 신구약성경에 기록된 인물이나 사건과 교훈을 그림이나 조각 등으로 표현한 예술작품을 말한다. 그러므로 성서화는 '성서를 주제로 하는(Biblical Theme)' 미술이다.
중세에 교회에서 읽던 성경은 히브리어로 쓰인 구약원전과 헬라어로 번역된 70인역(BC 285~246) 그리고 제롬(Jerome) 등이 번역한 라틴어본인 벌게이트(Vulgate)성경 등으로, 일부 사제나 율법학자의 전유물일 뿐 일반 신자들은 읽을 수 없었던 성경이었다.
그리고 중세에 사제나 귀족들이 사용하던 필사본성경인 모세오경(Pentateuch), 시편집(Psalter), 복음서(Gospels), 묵시록(Apocalypse)과 그 외에도 각종 주석서(Commentary), 미사경본(Missal)과 성무일과서(Hours) 등의 성서와 기도서가 오늘날까지 전해오고 있으나 워낙 고가의 책이기 때문에 일반 신자들은 접할 수 없었다.
이러한 책자에는 소장하는 사람의 신분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장정과 삽화가 많이 그려져 있다. 또한 히브리어, 헬라어와 라틴어를 모르는 일반 신자들도 성경을 이해할 수 있도록 오늘날의 어린이 그림책같이 성경이야기 그림을 많이 수록하게 되었다.
인쇄술의 발달로 1456년 구텐베르크 성경이 나왔지만 이 또한 라틴어 성경으로 일반인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모든 기독교인들이 성경을 읽을 수 있게 된 것은 종교개혁 후 1522년 마틴 루터의 독일어 번역 성경과 1526년 윌리암 틴테일(William Tyndale c.1494-1536)의 영어성경 번역본이 나온 이후였다. 그러나 윌리엄 틴데일은 '쟁기를 가는 소년도 성경을 알 수 있도록 한다'는 신념으로 히브리어로 된 구약과 헬라어 신약성경을 영어로 번역하고 6,000권을 인쇄해 출판했지만 성경은 소각되고, 윌리엄 틴데일은 화형을 당했다.
성경을 직접 접하기 어려웠던 일반 신자들에게는 성경의 중요인물들과 성경의 사건들을 그림으로 표현한 성서화야 말로 「그림으로 보는 성경책」의 역할을 담당하였다.
위의 성경은 캔터베리 시편집으로서, 의인의 길은 복되나 악인의 길은 망한다는 시편 제1편을 라틴어로 기록하고 그 내용을 삽화로 그려서 성경을 읽지 못하는 사람도 알 수 있게 만든 채색 필사본(illuminated Manuscript ) 성경이다.
성서화(聖書畵)는 성화(聖畵)와 다르다
성서화는 일반적인 종교화(religious art) 또는 성화(sacred art)와는 차이가 있다
종교화 또는 성화는 기독교 불교 등 어느 종교를 불문하고 그 종교의 신앙을 표현하는 성스러운 종교적 예술이다. 기독교 미술, 불교 미술, 그리고 이슬람 미술이 대표적이다
기독교 미술(Christian art)이란 그리스도교의 신앙내용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미술을 총칭하는 말이다. 일반적으로는 그리스도교에 관계되는 주제나 심벌을 가진 도상(圖像) 또는 교회건축 등을 총칭하지만, 주로 신앙공동체인 교회에 봉사하는 기능을 갖춘 도상 및 건축을 가리킨다. 그리스도교 미술에서 다루는 것은 교회건축·조상(彫像)·부조(浮彫) 등 조각과 모자이크·스테인드글라스를 포함한 회화, 공예품 등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비잔틴 교회나 카롤링조(朝), 오토조의 교회들은 궁정식의 장엄한 예술을 종교미술로 끌어들였다. 로마네스크는 비현실적 경향으로, 고딕은 자연주의 경향의 양식으로 각각 미술을 종교미술로 창조 했었으나 르네상스 및 근세에 들어와서는 종교성은 의식되지 않게 되고 그리스 로마를 모범으로 한 미(美) 그 자체를 추구하기에 이르렀다. 바로크 미술은 미술에 다시 종교성을 회복시키려 시도하였다. 근대사회에서는 미술가들이 종교를 떠나서 미술 그 자체를 추구해 왔으나 근래에 루오 등 일부 미술가들이 다시 한 번 종교미술에 손을 대려는 경향도 엿보인다.
그리스도교 미술 중 성서화(Biblical Art)는 '기독교와 천주교의 경전인 구약성서와 신약성서에 등장하는 인물(Biblical Characters), 성경의 사건과 이야기들(Biblical Events) 그리고 성경의 가르침(Biblical Teaching) 등 성서내용을 그림으로 표현한 '예술'이다. 이러한 개념규정은 달라스에 있는 성서화박물관(Museum of Biblical Art/MBA)이 정의한 개념 구분이다.
가톨릭교회에서는 성인들의 행적을 묘사한 작품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나 성인 중에서 예수님의 아버지인 요셉과 12제자, 바울과 야고보 사도 등 성경의 인물을 대상으로 한 작품들은 성서화이다.
그러나 성경에 기록되지 않은 후대의 성인들, 예컨대 어린 양으로 묘사되는 로마의 유명한 순교자 성 아그네스(St. Agnes)와 토끼풀로 삼위일체설을 설명한 아일랜드의 성 페트릭이나 제롬, 어거스틴 등 초기 교부들과 역대 교황들의 기적이나 순교행적 등은 기독교 미술, 또는 성화이지만 성서화에 해당되지는 않는다.
이와 같은 개념구분의 결과 성서화를 많이 보유한 가톨릭교회에서는 일반적으로는 성서화란 용어를 쓰지 않고 성인들의 작품을 포괄하여 지금도 성화라고 부르고 있다. 성서화란 개념은 서구에서는 Biblical Art로 확립되어 있으며 특히 개신교에서는 성화가 아니라 성서화만 교육의 대상으로 하고 있다.
미국에는 1967년에 창설하여 1999년에 미국 최초의 성서화 미술관으로 개명한 달라스에 있는 성서화박물관(the Museum of Biblical Art / MBA)을 중심으로 성서화에 대한 수집, 전시와 교육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그리고 2005년에 설립된 뉴욕의 성서화미술관(the Museum of Biblical Art / MOBIA)에서는 영구소장작품은 거의 없으나 유대인과 기독교도의 성서와 성서화를 전시, 교육 및 연구하는 미술관으로 유명하다.
한국의 성서화 수용과 전개
한국에는 기독교 신앙을 가진 미술인들의 모임인 한국기독교미술협회가 1966년에 창립되었다. 또한 기독미술인이 미술선교의 비전을 가지고 국내와 해외선교를 실질적으로 하고 있는 단체로 한국미술인선교회가 있다. 그러나 순수한 성서화를 전문으로 하는 화가모임은 없다.
한국에서는 성서화 개념의 도입이 늦었다. 성서화란 개념은 없이 성화라고 통칭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1994.10,29 한국기독공보에 이연호 장신대 박물관장이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해설한 '성화(聖畵)해설에 대한 아쉬운 성실'에서 성서화란 용어는 없이 가톨릭교회와 같이 성화란 용어를 사용하였다.
필자가 뉴욕에 근무하면서 뉴욕 유대인미술관과 미국 및 유럽 각지의 미술관, 도서관, 수도원을 방문하여 성서화 자료를 수집하고 귀국 후 1993년 4월에 미암교회에서 한국교회 최초로 <성서화(Biblical Paintings) 전시회>를 개최하였다. 이때 처음으로 기독교 메스컴에서 전시회를 보도하면서 "성서화"란 용어가 등장하게 되었다.
그 후 기독교 전문월간지인 <새가정>에서 '성서화 감상'란을 신설하여 1994년 4월호부터 1년 간 필자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성서화 작품을 소개하고 해설을 연재하여 성서화란 용어가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이 자료는 1994.11. 새가정사에서 전문지식자료(DBpia)로 정식 등록(성서화감상: 저자 강정훈)하여 유료정보화 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기독일보에서 2012.7 이후 40여 회에 이르는 연재기획물인 <강정훈의 성서화 탐구> 시리즈와, 필자가 운영하는 네이버 블로그 <영천 성서화 라이브러리>는 우리나라 성서화 보급과 교육, 그리고 성서화 해설을 통한 문서선교에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