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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클레이튼 클레아몬트 신학대학원 원장이 강연하고 있다. ⓒ베리타스 |
필립 클레이튼(Phillp Clayton, 클레아몬트 신학대학원 원장)이 12일 한신대 신학대학원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진행했다. ‘종교 다원 사회 상황에서 기독교 신학의 변혁’(Transforming of Christian Theology in a Religiously Pluralistic Social Situation)이란 제목의 이날 강연에서 그는 ‘진보’(progressive)와 ‘보수’(conservative)로 나뉜 미국 교회 현실을 직시하며 종교 다원주의 사회 상황이라는 시대적 조류에 바람직한 신학적 방향을 제시하고자 노력했다.
그는 앞서 미국 보수주의자를 향해서는 "불의를 언급하기 위한 신학적 틀을 발견하지 않는다"며 "대부분의 백인 그룹들은 자신들에게 직접적으로 발생한 부정의에만 관심을 갖는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정의롭지 못한 글로발 구조가 인간과 환경에 무수한 피해를 끼치고 있음에도 이를 침묵한다는 지적도 곁들였다. 반면, 미국 진보주의자를 향해서는 "확고한 기독교 정체성을 선포하는 것에 대해 어려움을 토로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필립 클레이튼은 중도적 입장을 추구하는 기독교 신학자로서 기독론, 성령론, 교회론 등에 대한 진보주의자들과 보수주의자들 간의 생각의 차이를 말하고 중재안을 제시해 봤다.
기독론에 관하여서는 보수주의자들이 하나님에 대한 모든 언어들을 무미건조하게 명문화, 선언화 시킴으로써 하나님의 통치 하에 있는 ‘나’를 하나님의 피조물로서 연관시키지 않고, 신성한 삶 속에 참여하도록 은혜로 부름 받았다는 것을 연관시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필립 클레이튼은 "인간 예수 안에 하나님의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자기 계시가 일어나는데 이런 예수로부터 고립되어있는 삼위일치네 그리스도의 두 본질은 신학적으로 설명될 수 없다"며 "정직하게 말하자면 모든 기독교인들 가운데 신학자들이 이런 잘못을 저지를 소지가 가장 많다. 기독론을 객관적인 대상으로 취급해서 우리가 손으로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이쪽저쪽으로 돌리고 뒤집어서 모든 면들을 다 보이려고 한다. 더 나쁜 것은 어느 한 기독론을 무기처럼 사용해서 다른 신학자들을 반대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다. 기독교인들이 다른 종교들에 대해 문자적 무기를 사용했던 것 처럼 말이다"고 지적했다.
반면, 자유주의 신학자들은 대개 기독론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필립 클레이튼의 스승 예일대 한스 프레이(Hans Frei) 교수는 자신에게 "자기만의 기독론을 쓰기 전까지는 신학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던 것을 상기하며 기독론 연구에 대해 주저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진보적인 신학자들이 감당해야 할 기독론 연구 분야는 무궁무진하다며 △삼위일체 그리스도 △우주적 그리스도 △신비한 그리스도 △케노틱 그리스도(Kenotic Christ) △내재하는 그리스도 등에 관한 연구를 독려했다.
또 이 같은 다섯 가지 기독론에 보수적인 기독교인들과 진보적인 기독교인들이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며 기독교인들이 앞서 제시한 위대한 기독교적인 논증들을 갖고 서로 결속 되어 있는 시점에서 비기독교인 세계와 우리의 논쟁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기독교인들끼리 서로 저주할 수 있단 말이냐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보수와 진보 기독교인들 간의 분열로 인해 성령론보다 더 큰 피해를 본 논의는 없을 것이라며 ‘성령론’을 둘러싼 진보와 보수 교회들의 분쟁의 일례로 해방신학이 탄생된 라틴아메리카 교계 얘기를 꺼냈다. 필립 클레이튼 교수는 "라틴 아메리카는 이제 오순절적이고 카리스마적인 교회들의 놀라운 성장을 경험하고 있다. 해방 신학자들과 오순절파가 함께 연합할 수 있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공동협력체가 될 것인가"라며 "그러나 두 그룹은 서로 비판하는 것에 힘을 쏟아 붓고 있으며 연합된 교회보다는 분리된 교회로 세계에 비치고 있다"고 말했다.
진보주의자들과 보수주의자들의 이러한 갈등이 비단 라틴 아메리카 뿐 아니라 전 세계 많은 나라들이 겪고 있는 유비적 현상이라고 본 필립 클레이튼 교수는 "우리는 보수주의건 진보주의건 상관 없이 모든 기독교인들에게 공동의 장을 부여하는 성령론을 말해야 한다"며 진보나 보수 모두가 공감할 만한 ‘해방의 성령론’을 제시했다.
필립 클레이튼은 특히 앤드류 성 박(Andrew Sung Park)의 책 『상처에서 치유로: 상처입은 자의 신학』을 인용, 저자가 ‘죄인들’(sinners)과 ‘죄의 희생물이 된 사람들’(the sinned-against)을 구분하고는 전자의 신앙은 하나님의 용납을 구하는 것이며 후자의 신앙은 하나님의 정의를 구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데에 "하나님의 은혜는 두 그룹 모두를 위해 충분한 것인데 그것은 두 가지 하나님의 근원적인 신학적 특징이 (죄인들을 위한)연민(compassion)과 (죄의 희생물이 된 사람들을 위한) 정의(justice)이기 때문이다"라며 "우리는 성령이 이 두가지 사역들을 절대로 분리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죄인들의 기도가 죄의 희생물이 된 사람들의 기도를 압도하도록 우선시해서는 안된다. 예수는 이런 분열을 결코 만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역할론을 놓고 보수주의자들과 진보주의자들 간 분쟁이 끊이지 않는 교회론에 대해서는 역시 앤드류 성 박 교수(클레어몬트 신학대학원 교수 역임)에게서 ‘한’(恨) 개념을 들춰낸 뒤 "예수는 주변사람들의 한을 치유하는 것만 하지 않았다"며 "예수도 직접적으로 한을 경험한다. 박해와 거절, 재판과 고문 그리고 십자가상의 고뇌하는 외침에서 한을 경험한다. 예수의 십자가는 하나님 자신의 한을 나타내는 위대한 상징이다"라고 말했다.
또 "한의 치유는 오순절 경험으로 교회에 들어왔다"면서 "예수의 몸인 교회를 통해서, 상처 입은 자기 자신의 상처를 초월한다. 또 성령은 타자들을 똑같이 돕도록 상처 입은 세계에 하나님의 치유를 몰고 온다. 억압받는 자들의 구원은 그들 자신의 구조속에서 억압자들에게 도전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교착상태에 머물고 있는 개인구원과 사회구원을 놓고 설전을 벌이는 보수주의자들과 진보주의자들에 대해 감리교 전통이 중요한 공헌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필립 클레이튼에 따르면, 웨슬리 신학 전통이 개인적인 성화와 사회적인 성화가 조화를 이루게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차원들의 통합성을 가지고 성화에 대한 웨슬리의 풍부한 개념들을 재발견해야 할 때"라며 "교회는 이 두 차원들안에서 성화가 일어나도록 연구하고 교육하는 곳이다. 그러므로 성화는 개인적인 형태와 사회적인 형태로 기독교 선교의 싹을 튀우는 토양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진보주의자들과 보수주의자들이 건전한 소통을 가능케 하는 중도적 입장을 취한 필립 클레이튼은 "오늘 나는 기독론, 성령론, 교회론 안의 핵심 주제들은 모두 ‘양자/모두’(both/and)의 문제이지 ‘양자택일’(either/or)의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며 "기독교는 내적 구원과 성화를 포함한다. 그러나 기독교는 교회가 오늘 우리들의 세계 속에서 예수의 예언자적 목소리를 갖고서 권력에 대항하는 진리를 말하도록 요청한다. 성령은 내적인 자아를 변혁시키고, 변혁시켰고 우리도 변화되어 우리를 둘러싼 세계 속에 존재하는 구조악의 변혁에 참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만약 우리가 종교 다원 세계에서 복음의 한 면만을 제시한다면 우리는 혼동속에서 잘못된 연합을 창출하게 된다"며 "만약 우리가 지상의 소금이 되고 세계의 빛이 되길 원한다면, 우리는 21세기 세계의 복잡한 글로발 도전들을 향해 예수 그리스도의 완전한 복음을 이끌어내야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