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빈대 사태 장기화… 무엇이 진짜 문제인가

교육·학술·종교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개혁 노력 않은 채 총장 밀어내기에만 급급

칼빈대학교(총장 길자연 목사, 이사장 김진웅 목사)가 교육과학기술부의 종합감사 이후 끝없는 내홍에 시달리고 있다. 이로 인해 학교와 교계 관계자들은 자칫 이 사태가 장기화돼 학사 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뿐 아니라 기독교의 이미지도 실추시키는 것이 아닐지 우려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칼빈대 사태는 지난 4월 발표된 교과부 종합감사 결과로 인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교과부는 교수 및 교원 임용과정의 부적정 행위와 예산 집행 과정에서의 부적정 행위, 시설공사 부적정 행위 등을 지적하며 총장 해임과 이사 전원 경고 등 징계를 내린 바 있다.

학교측이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과부의 감사 결과를 검토하여 잘못된 부분은 시정하고 담당자들이 책임을 지도록 조치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칼빈대 이사회측은 무려 반 년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개혁을 위한 조치는 아무 것도 취하지 않은 채, 그저 총장 해임에만 초점을 맞춰 밀어붙이는 듯한 모습을 보여 많은 이들의 걱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칼빈대 여호수아관에 걸린 학교 간판.

동 이사회는 지난 7월 8일 이사회에서 오왕수 이사를, 8월 1일 이사회에서 길자연 이사와 이장연 이사를, 8월 20일 이사회에서 김재은 이사를 각각 해임하는 등 지금까지 총 15명의 이사 중 4명을 해임했다. 해임된 이사들 중 일부가 신청한 이사해임효력정지가처분이 수원지방법원에서 기각되긴 했으나, 징계위 구성 등 합리적인 절차는 일체 생략하고 명확한 사유 보고도 없이 곧장 해임을 강행한 점은 여전히 석연치 않은 부분이다. 이사회측에서는 교과부 감사 결과를 해임 사유로 밝힐 수도 있겠으나, 교과부는 이사 전원에게 경고조치를 통보했기에 이를 일부 이사들에게만 적용해 해임하는 것도 형평성에 어긋난다.

때문에 교계 일각에서는 김진웅 이사장 등이 자신들도 학교의 현 사태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면서, 학교 개혁과 정상화에는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고 그저 길자연 총장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해 퇴출시키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김진웅 이사장은 교과부 종합감사 결과가 발표되자 이사회 결의도 거치지 않고 불법적으로 길자연 총장에 대한 직위해제 통고서를 보냈다가 법원에 의해 효력정지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이사 3인과 감사 1인이 이사장 교회 소속… 의혹 야기

현재 몇몇 이사들을 해임하는 것도 정관상 총장 해임에 필요한 2/3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인 것으로 비칠 여지가 있다. 해임된 이사들은 모두 길자연 총장을 지지하는 이들일 뿐더러, 새로 충원해 임원취임승인 신청을 한 이사 한 명은 김진웅 이사장이 담임하고 있는 은석교회 성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존 이사 중 3인(이사장 포함)과 감사 중 1인 및 법인과장도 은석교회 소속인 것이 밝혀져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진웅 이사장은 길자연 총장과 관련해 한 기자회견에서 “길 총장이 학교 일에 대해 모든 것을 책임지고 추진하겠다고 해서 이사회가 방관해왔는데, 그로 인해 교과부의 많은 지적을 받게 됐다”며 “자진 사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는 보통 이사회가 총장을 보호하는 것이 의례적인 것임에도, 어떻게 해서라도 총장을 불명예 퇴진시키려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길자연 총장만 해임한다면 칼빈대는 과연 정상화될 수 있을까? 또 칼빈대가 현 사태에 직면한 책임은 전적으로 길자연 총장에게만 있는 것일까? 본지는 이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해 먼저 교과부 감사 결과 드러난 주요 지적사항들에 대해 면밀히 분석해봤다.

◈재정에 대한 지적사항=먼저 재정에 관한 지적사항의 경우, 길자연 총장이 취임 직후 학교 발전의 장애물인 교육시설의 열악함을 극복하기 위해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 추진한 25억원 규모의 ‘제네바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생긴 문제였다. 당시 A은행으로부터 25억원을 차입하기로 하고 교과부의 기채승인을 받아 2008년 2월부터 공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용인시로부터 도시계획변경 심의와 건축허가를 받는 데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지체되어 A은행의 차입금 입금이 늦어졌고, 이에 따라 당시 이사회에서는 선투입된 송사대금으로 인한 경상비 압박을 해결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통과시켰다. 이는 학교에서 보유하고 있는 적립금인 기타기금과 퇴직기금을 해지하여 건축비로 전용 및 차용한 후, A은행으로부터 차입금이 입금되면 변제하고 부족분은 법인에서 전입금으로 충당해줄 것을 골자로 하는 안이었다. 하지만 기타기금과 퇴직기금은 해지해 경상비로 조달했으나 법인에서 전입금을 충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이번에는 이사회 결의를 거쳐 총 3억 한도의 B은행 마이너스 대출을 신청해 사용한 뒤 변제하기로 했다.

그러나 용인시로부터 건축 허가를 받아 A은행의 차입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재)칼빈신학원의 토지 사용승락서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학교 건물의 일부가 제3자인 (재)칼빈신학원 소유의 토지를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학교측에서는 이사회에 토지 사용승락서를 받아줄 것을 요청했으나, 이사회에서는 학교 경영권 문제로 (재)칼빈신학원과 분쟁을 겪던 터라 이를 포기했다.

결국 ‘제네바 프로젝트’를 더 이상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고, 학교측은 이를 포기하고 시설 개선에 투입된 건축비를 보전하기 위해 이사회와 교과부 승인을 거쳐 C은행으로부터 11억원을 차입했다. 본래 계획은 B은행의 마이너스 대출금 변제와 퇴직기금 복원이었으나, 이사회의 감사가 기타기금까지 복원할 것을 요청해 기타기금까지 모두 복원했다. 학교측은 이 모든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사회와 평의원회 보고를 거쳤다.

◈교원 임용에 관한 지적사항=자격 미달자들에 대해 부적정한 임용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길자연 총장의 딸인 길한나 교수를 부교수로 채용했던 점이 주로 논란이 됐다.

하지만 길한나 교수를 채용하게 된 이유는 교회음악과 정원을 채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 학교측은 “교회 음악에 있어 정통 클래식보다 CCM이나 실용음악이 더 각광을 받는 시대 풍조에 따라 교회음악과(정원 20명)를 교회음악과와 실용음악과로 나누어 운영하기로 했다”며 “그 결과 교회음악과가 매년 정원을 채웠을 뿐 아니라 실용음악과의 결쟁률이 칼빈대 학과들 중에서 가장 높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설된 실용음악과 교수 채용에 지원한 길한나 교수는 D대학교에 조교수로 재직 중이었다. 칼빈대측은 “길한나 교수는 학교 규정에 적법한 절차와 심사를 거쳐 이사회 의결로 채용됐다”며 “다만 본교 정관과 교원인사위원회의 규정에 따르면 인사위원회 의장이 총장으로 명시돼 있기에 심사시에 총장이 위원 중 하나로 참석했다”고 밝혔다.

길 교수가 부교수 경력이 충족되지 않는다는 문제 제기에 대해 학교측은 “동일 학교 내에서는 승진에 필요한 연한 규정을 지키지만 타 대학에 재직 중인 교수를 초빙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규정 제약을 따를 필요가 없다고 사료된다”고 했고, 모집공고와 달리 박사학위 소지자가 아닌데도 채용한 것이 아니냐는 것에 대해서는 “실용음악과 모집 공고에는 기존 대학들의 예체능 교수 채용 기준에 따라 실무형 교수(석사 이상, 연주와 실기 업적 우수자) 채용의 기준에 준하여 박사학위 소지자 또는 이에 동등한 자로 공고하였기 때문에 박사학위 소지 여부와는 무관하다”고 했다.

게다가 길한나 교수가 기존에 재직하던 D대학교는 서울 소재로 그 규모 면에서도 칼빈대보다 큰 학교였기 때문에, 단순 특혜 임용이라기보다는 길 교수가 아버지의 학교 운영을 돕기 위해 이직을 선택했다고 해석하는 쪽이 더 설득력 있다.

◈재임용과 승진에 있어 연구업적 미달=교과부 종합감사에서 가장 크게 지적된 사항으로, 교수들의 재임용과 승진에 있어서 연구 업적이 부족함에도 불법적으로 재임용과 승진을 시켰다는 내용이다.

칼빈대는 1996년 종합대학으로 설립 인가를 받기 위해 목회자 6명을 전임교원으로 채용했다. 이는 대학설립인가 4대 요건인 전임교원확보율을 충족시키는 동시에, 목회 현장 실무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목회자 전임교원들은 1주일에 하루 출강해 1~2과목만 강의하는 강의 전담교원의 신분이었으나, 행정적으로는 전임교원 신분이어서 교수 재임용 때는 동일하게 재임용의 절차를 거쳤다.

그러나 목회 현장 사역으로 분주한 목회자들이 학자들과 동일하게 연구 논문을 발표할 수는 없었기에, 이들을 재임용할 때는 목회 활동을 연구 실적으로 대체해 평가하는 것이 초대 총장 때부터의 관례였다. 학교측은 “이는 신학과 목회 교육을 중점으로 하는 칼빈대의 특수성 때문이지, 개인적인 비리와는 전혀 무관한 것”이라고 밝혔다.

◈직원 채용에 관한 지적사항=직원 채용에 있어 공개채용을 하지 않고 특별채용을 하는 것은 초대 총장 때부터의 관례였다. 직원인사위원회를 이사회 파송 2인과 학교측 위원 3인으로 구성하도록 하는 직원인사규정과는 달리, 이사회 파송위원 없이 학교 내 위원만으로 구성한 뒤 총쟁의 재량하에 직원을 채용한 것 역시 마찬가지였다.

길자연 총장 역시 취임 후 관례대로 직원을 채용했으나, 후에 이것이 규정과 다르다는 점을 발견해 개교 후 처음으로 이사회에 위원 2인 파송을 청원해 2010년 7월 16일 직원인사위원회를 소집했고, 그간의 직원 채용에 관해 추인을 받았다. 이러한 사실은 길자연 총장 부임 후 채용된 직원들에 대해서는 2009년 1월 16일 학교 현황 및 기초자료 제출의 건으로 이사회에 이미 보고된 사항이었다.

이같은 내용들을 살펴 보면 길자연 총장의 학교 운영은 모두 이사회의 승인하에서 이뤄졌으며, 관례에 따르다가 규정을 위반한 일도 있었으나 이를 인지한 뒤에는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교과부는 왜 유독 길자연 총장에 대해 해임이라는 가혹한 통보를 내렸을까. 그리고 칼빈대의 진짜 문제는 무엇이고 진짜 개혁 대상은 누구일까. 학교와 교계 관계자들은 현재 이같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칼빈대 #길자연 #교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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