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훈의 성서화 탐구] 새해소망_나는 자유인(自由人)이고 싶다

교육·학술·종교
강정훈 기자
chkang928@hanmail.net
성경의 궁금증 성서화로 풀기 (21)

청마(靑馬)의 해, 갑오년 원단에 내가 간절히 바라는 것과 이루고 싶은 소망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본다. 그러다가 문득 떠오른 그림이 캔터베리 시편집에 그려진 '여호와는 나의 목자'라는 주제의 성서화이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편제23편)부분ㅣ캔터베리 시편집ㅣ1200년경ㅣ파리 국립도서관 Psalm23. The Great Canterbury Psalterㅣc.1200.ㅣ Bibliothequ nationale de France, Paris.

옛날 유대임금 다윗은 참으로 대단한 왕이다. 위대한 임금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유명한 시인이기 때문에 더욱 존경스럽다. 그가 많은 어려움을 경험한 후 세상 근심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을 노래한 시(詩)가 시편 제23편이다.

시편(詩篇)은 많은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히브리 시가(詩歌)문학이며 그중에서도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가장 애송(愛誦)되는 구절은 바로 이 구절이다. 우리의 불안과 텅 빈 가슴을 따뜻하고 편안하게 한다. 왜 그러할까?

다윗왕의 이 시를 그냥 읽어 내려가기보다 캔터베리 시편집에 있는 아름다운 채식(彩飾) 필사본 (illuminated Manuscript )의 그림과 함께 음미하면 시인의 기쁨과 소망이 더욱 선명하게 우리에게 전해지며 성서화의 진가를 알게 된다.

세속과 떨어진 깊은 수도원의 수도사들이 평생 성경을 읽으며 얻은 영감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 성서화이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며 쉴만한 물가로 인도하신다."

위의 그림을 보면 그림 중앙에 시인이 동산에 앉아있다. 이 동산에서 샘물이 나와서 소와 양과 염소들이 물을 먹고 풀밭에서 풀을 뜯고 있다. 푸른 초장과 쉴만한 물가로 인도하는 목자가 있는 한 가축들은 언제나 부족함이 없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힘든 생존 경쟁 속에서 살기가 너무 힘겹다. 배가 고프며 몸이 병들어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새해에는 모두가 "궁핍으로 부터의 자유"를 얻어 부족함이 없는 삶을살고 싶어 한다.

그러나 유명한 선교사 무디 (Moody )는 "네 부요(富饒)가 소유의 많은데 있지 않고 소원(所願)이 적은데 있다."고 말했다. 결국 헛된 욕심을 버리는 것이 부자가 되는 첩경이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害)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

그림에서 보면 시인의 등 뒤 개울 건너편에서는 악한 청년 셋이서 시인에게 화살을 쏘고 있다. 위험천만한 순간이다.

그러나 구름 속에 나타난 여호와의 손이 지키며 축복하고 있다. 시인의 뒤에는 천사가 목자의 막대기를 주면서 머리에 기름을 바르며 능력을 주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원수의 목전에서 음식이 가득한 상을 차려놓고 있으며 시인은 큰 컵을 들고 있다.

이 세상은 살인자와 강도. 그리고 화살을 날리는 악한 무리들이 날뛰는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이다. 세상 권력의 위협과 약육강식의 굴레 속에서 우리의 삶은 언제나 불안하다.

그러나 목자가 나를 지켜주며 머리에 기름을 발라주신다면 두려움이 있을 수 없다.

"나의 평생에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반드시 나를 따르리니 내가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살리로다."

인간은 궁극적으로 유한한 존재이다. 이 세상의 어느 누구도 죽음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다.

그래서 다윗왕의 눈은 저 건너편에 보이는 영원한 처소인 하나님의 집을 바라보고 있다. 거기에는 제단이 있고 어둠을 밝히는 등불도 있다.

캔터베리대성당 외관

이 시편집은 1200년경 잉글랜드의 캔터벨리 성당에서 앞부분(185페이지까지)이 제작되고, 1340년 경 스페인 남부 카탈로니아 지방에서 마무리를 한 책이다. 삽화 중 일부는 위트레흐트 시편집(Utrecht Psalter)의 구도와 유사하지만 강렬한 색체가 가미되었다.

캔터베리대성당은 1935년 영국 시인 T.S 엘리엇의 시극 <대성당의 살인>으로 더욱 유명하다. 1162년에 대주교가 된 토마스 베켓(Thomas Becket)은 교회까지 지배하기를 원한 영국왕 헨리 2세가 조종한 자객에 의해 살해되었다.

베켓대주교가 암살자의 칼을 맞으며 조용히 외쳤다고 한다.

"예수의 이름과 교회의 보호를 위래 나의 죽음을 기꺼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

죽음으로 부터의 자유를 갈망한 베켓대주교는 캔터벨리대성당과 함께 영국 성공회의 표상이 되었다,

우리는 그가 기도하며 지키고자 했던 그 성당의 수도승 들이 제작한 시편집의 성서화를 보면서 이 짧은 시편구절을 올 한 해 뿐만 아니라 평생소망으로 간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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