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의 박병호(27)가 역대 2년 연속 프로야구 MVP(최우수선수)로 뽑히며 2년 연속 MVP 수상자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역대 2년연속 MVP 수상자는 선동열(현 KIA 감독·1989∼1990년), 장종훈(현 한화 코치·1991∼1992년), 이승엽(삼성·2001∼2003년)이다.
박병호는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MVP와 신인왕 및 부문별 시상식에서 98표 가운데 84표를 얻어 배영수(삼성), 세든(SK), 이병규(LG) 등 라이벌들을 압도적으로 제쳤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앞서 지난달 8일 MVP와 신인왕 후보에 대한 프로야구 기자단 투표를 완료했고 이날 개표와 함께 결과를 발표했다.
박병호는 올해 홈런(37개), 타점(117개), 득점(91개), 장타율(0.602) 등 4개 부문 타이틀을 휩쓸며 사실상 MVP를 예약했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 타격 3관왕(홈런·타점·장타율)을 차지하며 MVP를 수상했던 것보다 한 단계 더 성장했으며 넥센의 창단 첫 4강 진출도 이끌었다.
박병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 MVP를 탔는데, 반짝이라는 말을 듣기 싫어 더 열심히 했다"면서 "그런데, 주변에서 이제 3년은 인정해준다고 해서 내년에도 부담을 가지고 시즌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팀이 창단 후 처음으로 가을야구를 해서 기뻤지만 준플레이오프에서 떨어져서 많이 아쉬웠다"면서 "내년에는 팀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병호는 이날 내년 시즌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 한결같이 "초심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부상 없이 4번타자로 모든 경기에 출장, 더 많이 홈런을 때리고 더 많은 타점을 기록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평소 구체적인 기록의 목표 수치를 밝히기 꺼리던 그는 이날 내년 시즌 예상 홈런 개수를 묻는 질문에 "내년엔 올해보다 많은 40개에 도전하고 싶다"면서 "예전에 이승엽 선배께서 잠자리채 열풍을 일으켰듯이 홈런타자들이 그런 모습을 재현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생애 단 한번 뿐인 신인왕 수상자로는 98표 가운데 77표를 얻은 NC의 이재학(23)이 뽑혔다. 이재학은 올 시즌 27경기에 나와 10승5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88을 기록하며 신생팀 NC의 토종 에이스 역할을 해냈다. 평균자책점 부문에서는 2위를 기록했다. 1위를 차지한 찰리(NC)를 제외하면 토종 선수 가운데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것이었다. 특히 개막 이후 연패를 거듭하던 NC가 창단 후 거둔 첫 승리의 주역이 되며 야구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재학은 지난 1991년 조규제(쌍방울)와 2000년 이승호(당시 SK)에 이어 세 번째로 신생팀 출신의 신인왕에 이름을 올렸다.
이재학과 경쟁을 벌인 두산의 유희관(27)은 생애 첫 포스트시즌의 주축 투수로 뛰어난 활약을 펼쳤지만 정규시즌 성적으로만 수상자를 가리기 때문에 수상에 실패했다. 유희관은 정규 시즌 동안 불펜과 선발을 오가며 10승7패 1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3.53을 기록해 이재학보다 다소 뒤진다.
이재학은 "희관이형이랑 시즌 끝까지 치열해서 경쟁해서 신인왕에 대한 확신은 없었다"면서 "포스트시즌 때 정말 잘 던진 희관이형이 상을 못타 아쉬울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내년에도 2년차 징크스란 것이 나오지 않게 더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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