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 에세이 : 예술의 눈으로 세상 읽기>
진중권 지음 | 씨네21북스 | 09월 27일 출간 | 323쪽 | 17000원
잔혹한 처형은 혐오스럽다(repulsive). 하지만 구경꾼들은 그 잔혹함에 강박적으로 끌린다(compulsive). 이 은밀한 매혹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 매력은 아마도 우리의 삶을 구조화하는 금령들을 위반하는 데서 나올 것이다. 한때 우리는 죽음, 즉 무기물이었다. 하지만 문명 속에서 그 사실은 망각되고 억압된다. 일상에서 잔혹한 짓을 하는 것이나 보는 것은 금지되지만, 공개처형은 성스러운 국가의 이름으로 그 금지된 대중의 욕망을 충족시켜준다. - 본문 중에서
예술의 눈으로 세상을 읽어내는 진중권의 <미학 에세이>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서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예술'까지, 진중권이 예술, 철학, 정치, 사회를 아우르는 미학적 사유의 장을 펼친다. 정치논객 이전에 미학자로서 저자가 그간 던져온 예술과 세상에 대한 질문과, 그에 대한 쉼 없는 고찰을 이 책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저자는 고대 그리스에서 포스트모던 이후까지, 회화, 사진, 영화, 희곡, 건축 등 다양한 분야와 시대의 예술 세계를 종횡무진하며 글을 풀어간다.
책의 문을 여는 1장에서는 서양문화의 근간인 '고대 그리스'의 희곡 작품에 담긴 인간 삶에 대한 성찰을, 모더니즘에서 포스트모더니즘 이후에 이르는 예술가들을 다룬 8장에서는 다채로운 예술가들의 작업 방식을 살펴본다. 몸을 날려 물질세계의 법칙을 벗어나는 예술을 선보인 이브 클랭, 가촉적 체험을 통해 현상학적 지각을 실험하는 올라퍼 엘리아슨,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예술에 끌어들인 제프 월과 구르스키와 같은 예술가들의 독특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렇게 이 책은 다양한 예술의 면면을 살펴본 이 책은 삶과 죽음, 성, 기술, 정치, 미디어에 이르기까지 예술에 대한 저자의 고찰을 전방위로 확장시켰지만, 그 중심에 선 것은 진중권의 '미학자'로서의 정체성이다.
<미학 에세이>는 2012년부터 2013년 초까지 매거진 <씨네21>에 연재한 에세이들을 묶은 책으로, 저자는 글감의 선택을 전적으로 우연에 맡겼다. 이 책의 글감이 강의를 위한 독서, 또 다른 책의 집필 과정, 때로는 그날 읽은 기사 등, 그렇게 무심히 얻어진 소재들은 필연적으로 미학적 사유의 테두리 안에서 방향과 자리를 잡는다. 저자는 좁은 눈으로 예술만을 바라보지 않고 미학자로서 세상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예술의 눈으로 세상을 읽어나가는 가운데 다양한 영역과 주제를 아우르는 통섭의 관점을 체득하도록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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