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소록도병원 한센병박물관은 오는 12월 19일 대만의 국립한센병요양소 낙생원 관계자를 초청해 초청행사를 개최하고 「두 개의 목소리」 전시를 진행한다.
소록도병원 개원 제108주년 기념 기획전시 「두 개의 목소리」는 한센병으로 소록도와 낙생원에 격리되어 평생을 지내 온 두 인물의 생애를 통해 두 기관의 역사를 비교하고, 소록도가 지닌 국가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알리고자 기획됐다. 전시는 이번 달 31일까지 진행된다.
대만의 낙생원은 1930년 대만총독부에 의해 설립되어 현재까지 운영 중인 곳이다. 소록도병원과 낙생원은 일제강점기 총독부에 의해 설립된 격리시설로 질병에 대한 편견으로 인권을 탄압받으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사람들의 역사가 곳곳에 남아 있다.
이번 초청 대상은 2008년부터 낙생원 보존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젊은 활동가와 △다큐멘터리 감독 △한센병박물관 기획전시 「두 개의 목소리」에 참여한 큐레이터 등 3명이다.
행사는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진행된다. 오전에는 소록도와 낙생원을 대표하는 두 사람의 목소리를 직접 들으며 질의응답하는 시간을 갖는다. 오후에는 국가정책에 의해 철거되어 사라질뻔했던 낙생원을 지켜낸 청년들의 이야기와 낙생원의 일상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를 상영하고 감독과의 대화를 이어간다.
이번 행사는 한센병박물관 지난 10월 열린 국제학술대회의 두번째 부대행사이다. 지난 국제학술대회는 '동아시아 한센병 유산의 초국가적 연계 가능성'을 주제로 개최됐다. 첫 부대행사는 낙생원에 거주하고 있는 한센인을 포함한 3명의 관계자를 초청하여 소록도주민자치회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 바 있다.
박종억 국립소록도병원장 직무대리는 "이번 초청행사는 동아시아 한센병 유산의 초국가적 연계 가능성을 논의했던 학술대회의 부대행사인 만큼,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두 기관 간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일제 조선총독부는 당시 서양선교사가 주도하고 있던 한센병 치료와 선교 활동을 견제해 1916년 소록도에 자혜의원을 세우고 한센인들을 수용시킨 아픈 역사가 있다. 그곳에 처음 복음을 전한 사람은 일본성결교회 목사인 다나카 신자부로였다. 이는 소록도교회의 기원이 됐다. 해방 이후 소록도교회의 첫 한국인 목사이자 순교자인 김정복 목사 등 많은 목회자 및 사역자들을 통해 한센인 선교의 저변을 넓혔다.
한센병박물관은 국립소록도병원 개원 100주년을 기념해 2016년 개관했다. 올해 4월부터 격월로 역사문화탐방 프로그램 또한 진행한 바 있다. 자혜의원, 교도소, 성실성경고등학교 등을 돌아보는 코스이다. 소록도는 섬 전체가 보건복지부 소속 국립병원 구역으로 입원한센인 생활권 보호를 위해 중앙공원과 소록도박물관 등 일부 지역만 개방해 왔다. 통제구역의 국가유산 방문은 공무 등 특정 분야로 제한되어오다 일반에 공식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내년에도 비슷한 탐방 프로그램이 진행될 계획이 있다고 박물관측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