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7월 23일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지 5개월여 만에 사퇴를 결정하며, 최고위원회의 붕괴로 정상적인 임무 수행이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한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2024년 대한민국에서 계엄이라는 단어를 듣게 된 국민들의 분노와 실망을 생각하면 참담하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 사태와 관련해 국민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는 "탄핵으로 인해 마음 아프신 지지자들께 너무 죄송하다"며 자신이 부족했음을 인정하고 고개를 숙였다.

특히 계엄 사태를 언급하며 당과 자신이 한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한 대표는 "우리 당과 의원들이 국민과 함께 나서 대통령의 불법 계엄을 막아냈다"며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켰다는 점에서 그것이 진정한 보수의 정신이며, 국민의힘이 가진 본질적인 가치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극단주의에 대한 경고도 이어갔다. "부정선거 음모론자나 상업적 목적으로 공포를 조장하는 극단적 유튜버들에게 보수가 잠식된다면, 보수의 미래는 없다"고 지적하며, 계엄 해제를 이끌지 못했다면 유혈사태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날 밤 저는 그런 비극을 막지 못할까 봐 너무 두려웠다"고 회고한 그는, "우리 당이 군대를 동원한 불법 계엄을 옹호하는 것처럼 보이는 일은 국민과 보수의 정신을 배신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말미에 그는 당 내부 갈등과 사퇴 압박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탄핵 찬성을 후회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은 순간을 떠올리며, "지지자들의 고통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지만, 대한민국과 국민을 배신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후회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한편,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과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문제를 분리해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엄이 잘못된 것이라고 해서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폭주와 범죄 혐의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며 "이재명 대표의 재판은 멈추지 않고 진행 중이며, 결과가 머지않았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한 대표는 권성동 원내대표와 윤상현 의원 등 당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며 당을 잘 이끌어 달라고 당부했다. 국회 본청을 나서며 지지자들에게 연설문을 건넨 그는 "저를 지키려 하지 말고 제가 여러분을 지키겠다"며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난해 12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정치권에 입문한 한 대표는 짧은 기간 동안 당을 이끌며 4·10 총선 국면을 주도했다. 그러나 이번 사퇴로 인해 국민의힘은 다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될 예정이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아 임시로 당을 지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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