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 부결 이후 비상계엄 사태로 정국이 혼란에 빠지면서, 반도체 산업 지원 정책도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최근 국회에 발의된 반도체 특별법이 여야 갈등 속에서 논의가 멈추며, 대규모 프로젝트와 첨단 반도체 개발 지원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정치권의 혼란이 장기화되면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미국 내 공장 건립 같은 주요 투자 프로젝트가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반도체 특별법은 정부가 반도체 기업에 직접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연구개발(R&D) 종사자의 주 52시간 근로 규제 완화를 포함하고 있어 업계의 기대를 모아왔다. 그러나 정치적 혼란으로 인해 법안 처리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인 기업들은 투자비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첨단 반도체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여야 갈등이 격화되면서 법안 논의는 후순위로 밀렸으며, 반도체 산업 지원 정책 전반이 '올스톱' 상태에 놓였다.
국내 상황과 대조적으로 일본은 10조 엔(약 91조 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 지원 종합 대책을 발표했으며, 중국도 역대 최대인 64조 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 기금을 조성했다. 이 같은 글로벌 움직임 속에서 한국의 지원 공백은 업계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던 통합 투자세액 공제율 상향,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 확대 등도 정치적 혼란 속에서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전력 공급을 원활히 하기 위한 전력망 확충 특별법도 논의가 중단되면서 반도체 공장의 안정적 전력 공급 계획이 불투명해졌다.
특히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2027년 첫 공장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중장기 전력 공급 대책이 지연되면서 프로젝트 일정 전반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한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에서의 대규모 투자를 확정하고 미국 정부와 보조금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국내 정치권의 지원 공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하에서의 관세 리스크와 보조금 축소 가능성에 대한 대책 마련 역시 지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여야 갈등이 첨예화되면서 법안 통과 가능성이 더욱 낮아졌다”며 “기업들이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