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반군이 수도 다마스쿠스를 장악하며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막을 내렸다. 시리아 정부군은 반군의 진격 과정에서 거의 저항하지 않고 투항한 것으로 확인됐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각) 시리아 정부군이 반군의 진격에 별다른 저항 없이 항복했다고 보도했다. 전쟁 감시 단체인 시리아관측소에 따르면, 정부군 병사들이 군복을 벗어던지는 장면이 목격됐으며, 이와 유사한 영상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널리 퍼졌다.
새벽에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에는 정부군이 버리고 간 다마스쿠스 검문소가 포착됐다. 검문소에는 빈 의자만이 덩그러니 놓여있었고, 바닥에는 버려진 옷가지들이 흩어져 있었다. 검문소 벽면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아사드 대통령의 대형 포스터가 그대로 남아있었다.
정부군의 급격한 붕괴 배경에는 만연한 부패와 극심한 사기 저하가 자리 잡고 있었다. 대다수가 징집병으로 구성된 정부군 내부에서는 저임금과 부패한 지휘부에 대한 불만이 누적돼 왔다. SNS에는 휴가를 얻기 위해 뇌물을 요구받거나 약탈을 강요당한 사례들이 다수 제보됐다. 일부 장교들은 병사들의 식량을 착복하거나 근무 중 음주를 일삼기도 했다.
아사드 대통령은 사태 수습을 위해 지난 4일 군 월급을 50% 인상하는 조치를 단행했으나, 이미 병사들의 신뢰를 잃은 뒤였다. 시리아 전문가 그레고리 워터스는 부패, 탈영, 내부 개혁 실패, 외국군 의존 등 복합적 요인이 정부군의 전력 약화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러시아의 조언으로 고위 장교들의 전사를 막기 위해 최전선에 하급 장교들을 배치한 관행이 확산되면서, 반군의 공세 시 지휘부가 부재한 상황이 빈번했다고 워터스는 지적했다.
반면 이번 진격을 주도한 이슬람주의 연합체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은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브주에서 실질적인 정부 기능을 수행하며 조직력을 강화해왔다. 국제전략연수고의 에밀 호카임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전투의 기세는 병력이나 능력이 아닌 심리에서 비롯되며, 반군이 바로 이 심리전에서 승리했다"고 평가했다.
베이루트 카네기 중동센터의 예지드 사이그 선임연구원은 내전이 소강상태였던 지난 4년간 아사드 정권이 군 개혁을 방치한 점과 러시아, 이란 등 우방국의 지원 감소가 정부군 붕괴의 결정적 요인이었다고 분석했다.
HTS와 튀르키예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국가군'(SNA)은 지난달 27일 제2 도시 알레포와 하마를 점령한 데 이어, 8일 마침내 수도 다마스쿠스를 장악했다. 아사드 대통령은 러시아로 망명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