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는 신의 마음을 훔친 눈빛으로, 신이 내린 인간과 대지를 광기와 영혼을 담아 그림으로 그렸다.” 이와 같은 서술로 시작되는 책 빈센트 반 고흐는 반 고흐의 작품 100점을 한국 미술사학자의 관점에서 해석하며, 그의 예술 세계를 새롭게 조명한다.
이 책은 반 고흐의 작품을 인물화, 정물화, 풍경화로 분류하고, 시간순으로 배치하여 그의 화풍 변화와 예술적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반 고흐의 삶과 작품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책의 저자 이태호는 반 고흐의 작품에서 조선시대 미술과의 흥미로운 연결점을 발견한다. 그는 “반 고흐의 자화상과 초상화는 조선 후기 사대부 문인 관료들의 초상화를 떠오르게 한다”고 설명하며, 조선시대 초상화의 독특한 묘사 방식이 반 고흐의 자화상과 닮아 있음을 지적한다. 특히 조선 초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약간 우향한 포즈와 정면을 응시하는 두 눈과 입술의 표현이, 거울을 보고 그린 반 고흐의 자화상과 몹시 유사하다고 덧붙였다.
이태호는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광주박물관의 학예연구사로 활동하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전남대학교 교수, 문화예술대학원장, 국회입법조사처 자문위원 등 다양한 직책을 맡아온 미술사학자다. 그의 연구는 반 고흐라는 서양 화가를 한국적 시각에서 재해석하는 작업으로 이어졌다.
책은 반 고흐가 특히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해바라기 그림에도 주목한다. 저자는 해바라기를 ‘태양의 꽃’ 또는 ‘황금의 꽃’으로 일컬으며, 반 고흐가 유화 물감의 질감과 말라 비틀어진 꽃잎의 붓터치를 통해 자신의 심상을 표현하기에 적합한 대상으로 삼았다고 설명한다. 해바라기의 밝고 강렬한 이미지와 그 번식력이 강한 특성은 반 고흐의 내면 세계를 드러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이는 그의 여러 명작을 탄생시켰다.
책 빈센트 반 고흐는 반 고흐를 단순히 서구 미술사에서의 위대한 화가로만 바라보는 것을 넘어, 그의 작품에 담긴 동서양의 교차점을 조명하며 새로운 감상의 기회를 제공한다. 반 고흐의 예술 세계를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큰 영감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