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성공회 김성수 주교의 주도로 시작
묵묵히 사회공익 실현한 개인·단체 선정
공적·NPO·사회혁신·펀드레이저 등 5부문
올해 7회 주제 '혁신적 생각의 확장성'
'필란트로피적 가치' 확산 통한 사회혁신
아시아 지역의 사회문제 해결과 공동체 가치를 실현하는 이를 발굴하는 2024 아시아 필란트로피 어워드(Asia Philanthropy Awards, APA)가 5일 연세대 동문회관에서 열려 올해의 수상자 5인을 격려했다. 올해 필란트로피스트는 밀알복지재단 정형석 상임대표이며, 올해의 사회혁신 필란트로피스트상은 새중앙교회 황덕영 목사에게 주어졌다.
필란트로피(philanthropy)는 그리스어로 친구를 뜻하는 '필로(philo)'에서 유래하여, '인류에 대한 사랑', 혹은 '지역사회를 돌본다'는 의미를 지닌다. 아시아 필란트로피 어워드는 이름대로 '필란트로피' 정신으로 사회에서 묵묵히 사회 공익을 실현하는 이를 찾아내어 사회의 귀감으로 삼기 위해 마련된 자리이다. APA 위원회(위원장 김성수 주교)와 필란트로피 소사이어티(회장 이순남)가 공동 주최하며, 정부와 기업의 후원 없이 비영리 활동가들이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올해로 7회를 맞은 이번 시상식의 주제는 '혁신적 생각의 확장성'이다. 변화는 한 사람의 아이디어로부터 시작되지만, 그것이 사회로 확산되고 더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줄 때 비로소 진정한 혁신을 된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위원회는 공헌성, 혁신성, 신뢰성, 확장성, 지속가능성까지 5가지 기준을 바탕으로 5개 부문의 수상자를 선정했다.
올해 수상자는 △올해의 필란트로피스트상 정형석(사회복지법인 밀알복지재단 상임대표) △올해의 공적상 김용국(공익법인 아시아문화연구원 원장) △올해의 NPO상 군인권센터 △올해의 사회혁신 필란트로피스트 황덕영(새중앙교회 목사) △올해의 펀드레이저상 김자유((주)누구나데이터 대표)이다.
이날 박재홍 CBS 아나운서(박재홍의 한판승부 앵커)의 사회로 진행된 시상식에는 박길성(푸른나무재단) 이사장, 백경학 상임이사(푸르메재단), 김도현 목사(뿌리의집) 등 역대 수상자와 박경서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 손봉호 명예교수, 전수안 전 대법관, 김지형 전 대법관, 백성기 전 포항공대 총장 등 70여 명이 참석하여 수상자 5인에게 축하와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또한 수상자들이 '필란트로피적 가치'로 이어온 활동과 경험, 신념과 포부에 대해 직접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정형석 상임대표는 장애인의 교육과 자립 가능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실현하여 장애인의 권익 증진과 복지 확산에 평생을 헌신한 공으로 올해의 필란트로피스트 상을 수상했다.
정 대표는 수상소감으로 "부족한 사람이 귀한 상을 받게 돼서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나는 원래 교인들을 대상으로 목회하는 교회 목회자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대학시절에 시각장애인 친구를 만나 그 친구를 도와 자원봉사 활동한 것이 계기가 돼서 사회적 약자를 섬기는 '사회적 목회자'로 40년 이상 이렇게 돕고 있다. 아마도 하나님께서 장애인 복지 증진을 위해서 나의 미력한 힘이나마 보태라고 인도해 주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사회적 목회자의 길을 걸으며 가장 큰 축복은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다는 것"이라며 "특히 평생 스승으로 모시고 있는 손봉호 교수님과 홍정길 목사님의 탁월한 지도, 그리고 수많은 후원자와 봉사자들의 헌신적인 참여, 또 함께 동역하고 있는 우리 동지들의 동지애, 그리고 평생을 함께하고 있는 아내 내조가 있었기에 이분들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리고 싶다. 이 상을 계기로 제 삶이 마무리되는 그 순간까지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사명에 더욱 충실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새중앙교회 황덕영 목사는 지역사회의 지역 소멸 및 청년 실업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회 공간을 무상으로 제공하여 스타트업들이 함께 일할 수 있는 공간이자 멘토링과 컨설팅을 받는 '새중앙 어번데일 로컬센터'를 오픈하여 한국교회와 지역사회 간의 새로운 협력 사례를 만들었다는 평가로 올해의 사회혁신 필란트로피스트상을 수상했다.
황 목사는 수상 소감으로 "개인적으로 영광스럽게 여기며, 교회 성도들과 함께 이룬 일"이라며 "최고의 혁신 모델은 예수님이다. 인간의 몸으로 이 땅에 오신 예수님께 모든 영광을 올려드린다. 혁신은 사랑에서 온다. 더 많이 사랑하여 혁신적인 일을 위해 살고 싶다. 국내 5만 교회, 1천만 성도가 있는데 모든 교회가 필란트로피스트를 양성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 시대 세상 속의 빛과 소금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다른 많은 교회와 모든 사역자를 대신해 상을 받는다 생각하고 앞으로 사회혁신을 더 많이 하라는 상으로 받겠다"고 전했다.
또한 황 목사는 "많은 교회들의 특징이 기부를 많이 하는데 '오른손이 하는걸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씀에 충실하여 드러내기를 꺼려한다는 점"이라며, "이제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많은 분들의 귀감이 되고, 선례이자 모델이 되면 어떨까 생각한다. 우리 교회는 모든 성도들을 '비전선교사'로 파송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나 한 사람의 성공만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희생하고 섬기고 나누는 예수님을 따라서 남을 살리고 세우기 위해 성도들을 세상 속에 파송하는 마음이다"고 비전을 나눴다. 또한 부산시 사상구에서 도시재생과 다문화 사회의 융합을 목표로 '리틀 아시아 타운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올해의 공적상을 수상한 김용국 원장은 아시아문화연구원을 설립하여 아시아 각국과의 문화적 협력을 위한 기반을 구축했다. 이 과정에서 아시아인의 자부심을 일깨우고, 상생의 관계를 이루기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주도해 왔다. 특히, 코로나19 기간 동안 외국인 주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모범적인 복지 모델을 제시했고, 네팔 이주노동자 자살 예방 정책을 통해 민간 외교관으로서 중요한 기여를 하였으며, 튀르키예와의 역사적 인연을 이어가며 양국 간 우호 관계 증진에 기여했다.
김 원장은 "살면서 내가 누구인가 자문하게 된다. '나는 반딧불'이라는 노래가 유행이라고 한다. '나는 별인줄 알았어요. 근데 벌레예요'라는 내용의 가사이다. 1980년대에는 '개똥벌레'가 유행했다. 나는 내가 개똥벌레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그런데 오늘 이 상은 '너의 다른 이름은 반딧불이었단다. 사회의 빛이 되거라'하는 것 같다. 값진 상 주셔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말했다.
마지막으로 올해의 펀드레이저상을 수상한 김자유 대표는 한국 비영리단체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며 새로운 모금 패러다임을 제시한 평을 받았다. 김 대표는 "너무 귀한 상을 받아도 되나 싶은 생각"이라며, "수많은 비영리단체가 활동하고 있는데 이들이 디지털 매체를 활용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누구나 데이터'를 설립하고 7년 넘게 디지털 도구로 이들을 돕는 일을 해왔다. 혼자서는 이룰 수 없었던 것이다. 팀에게 준 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제4회 올해의 필란트로피스트상을 수여하며 취약계층에게 급식과 의료, 교육을 제공하는 안나의집 설립자, 김하종 신부의 영상 축사를 비롯해, 제7회 필란트로피상을 받은 김도현 목사가 축사를 전하기도 했다. 해외입양인을 돕는 데 헌신해 온 김도현 목사는 "이 상을 수상했을 때 너무나 큰 임팩트를 받은 사람으로서, 다시 한번 이 자리에 초대받았다는 것은 단순히 상을 받는 자리가 아닌 공동체로의 부름이라는 것을 느꼈다. 함께 손을 맞잡고 우정을 나누며 세상에 변화를 일궈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수상자들은 각자의 경험과 필란트로피적 가치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시간이 이어졌고, 다함께 오찬을 가지며 친교의 시간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