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의 급격한 증가에도 불구하고 높은 주거비 부담으로 인해 이들의 소비가 위축되면서 전반적인 민간 소비 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BOK이슈노트-최근 1인가구 확산의 경제적 영향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인가구는 전체 가구의 35.5%를 차지하며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다. 특히 청년층(18.6%)과 고령층(19.1%)에서 1인가구 비중이 두드러졌다.
주목할 만한 점은, 20~30대의 경우 의식 변화와 취업 등 비인구적 요인이 1인가구 형성의 주된 원인이었던 반면, 60대는 고령인구 증가라는 인구통계학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경제적 상황은 매우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1인가구의 소득 수준은 전체 가구 평균의 60% 중반에 불과해, 70% 후반에서 90% 초반을 기록하는 유럽 국가들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준을 보였다. 더욱이 사회보장 수준도 상대적으로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심각한 문제는 팬데믹 이후 1인가구의 평균소비성향이 크게 악화됐다는 점이다.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1인가구의 평균소비성향은 2019년 0.78%에서 2023년 0.74%로 하락했다. 이는 같은 기간 4인 가구의 평균소비성향이 0.74%에서 0.73%로 소폭 감소한 것과 비교할 때 매우 큰 폭의 하락이다.
이러한 소비 위축의 주된 원인으로는 높은 주거비 부담이 지목됐다. 1인가구의 소비 지출 중 주거비 비중은 20.2%로, 전체 가구 평균(14.8%)을 크게 상회했다. 여기에 팬데믹 이후 월세 상승, 생활물가 급등, 임시·일용직 중심의 고용 충격, 소득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소비 위축을 가속화했다.
보고서의 공동 작성자인 한국은행 조사국 이재호 과장은 "내수 기반 강화를 위해서는 1인가구의 과도한 주거비 부담을 해소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특히 고령층의 경우 열악한 소득과 고용 문제 해결을 위한 빈곤 대책이 우선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1인가구의 순자산 분포에서 하위 1분위가 45.1%, 2분위가 26.9%를 차지해, 자산 양극화 현상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인가구의 경제적 취약성이 단순한 소득 문제를 넘어 자산 격차로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