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러시아 제재 경험 통해 대만 갈등 대비 방안 연구

우크라이나 전쟁 사례 분석하며 서방 제재 우회 전략 강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 보도에서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원하는 동시에, 대만과의 갈등 시 예상되는 서방 제재에 대비해 '제재 회피' 전략을 연구 중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국은 러시아에 석유를 대량 수입하고, 전자제품과 세탁기 같은 생활 물품을 공급하며 러시아 경제를 지원해 왔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서방의 제재를 우회하는 구체적 사례를 축적하며 전략적 이점을 얻었다고 분석된다.

WSJ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정부 기관 간 연구팀을 조직해 제재의 영향을 분석하고, 지도부에 정기적으로 보고서를 제출했다. 주요 목표는 대만을 둘러싼 갈등이 발생할 경우 미국 등 서방으로부터 가해질 제재를 완화할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중국 관리들이 정기적으로 모스크바를 방문해 중앙은행, 재무부, 제재 대응 관련 기관들과 협력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는 경제 정책과 지정학적 전략의 경계가 흐려지며, 경제 전쟁의 새로운 시대를 상징한다고 신문은 평가했다.

◈러시아 사례 통해 '준비의 중요성' 깨달아

러시아는 전쟁 이후에도 석유 수출 증가 등으로 경제적 회복력을 보였지만, 지속적인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 루블화는 전쟁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의 알렉산더 가부예프는 "중국은 러시아를 제재 실험장으로 보고 있다"며 "대만과의 비상사태 시 중국에 유사한 도구가 적용될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특히 우려하는 부분은 약 3조 3,000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외환보유고다. 러시아의 해외 자산이 동결된 사례를 보고, 중국은 미국 재무부 채권 같은 달러화 자산 의존도를 줄이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외환관리국을 방문해 외환보유고를 보호하는 방안을 직접 점검하기도 했다.

중국 연구팀은 경제·재정 문제를 총괄하는 허리펑 부총리에게 보고서를 제출했으며, 허 부총리는 서방의 제재로부터 중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주요 설계자로 알려졌다.

◈서방 제재에 따른 위험과 교훈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와 중국 간의 무역은 급증해 지난해 2,400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러시아에서 판매된 자동차의 약 60%가 중국산일 정도로 무역 의존도가 높아졌다. 그러나 러시아는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 양국 간 상황이 역전될 경우 러시아가 중국에 제공할 수 있는 경제적 지원은 미미하다.

러시아의 사례에서 중국이 얻은 가장 큰 교훈 중 하나는 제재를 대비한 사전 준비의 중요성이다. 러시아는 전쟁 이전 외환보유고를 다각화하고 탈(脫)달러화를 추진해 제재 속에서도 경제 적응 시간을 벌 수 있었다. 또 다른 교훈은 국제 연합의 가치와 한계다. 러시아는 중국, 이란, 북한과의 관계를 강화했지만, 서방은 금융 네트워크 퇴출, 유가 상한제 등에서 단결된 대응을 보였다.

반면 석유 제재와 관련된 서방의 의견 불일치와 인플레이션 우려는 제재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경제 규모가 러시아보다 훨씬 큰 중국은 글로벌 경제와 깊이 얽혀 있어 제재로 인한 글로벌 경제적 비용이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서양협의회와 로듐그룹은 서방 제재가 발동되면 약 3조 달러 규모의 무역과 금융 흐름이 혼란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추산했다.

중국은 러시아의 경험을 통해 글로벌 공급망에 얽힌 경제적 취약성을 인식했다. 러시아는 경제 자립화를 시도했지만 실패한 사례가 많았으며, 자동차 제조업은 부품 부족으로 인해 안전장치가 없는 차량을 생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제재가 글로벌 공급망과 연결된 모든 생산 부문에 파괴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중국이 제재를 회피하기 위한 준비 과정에서 러시아보다 훨씬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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