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가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 청소년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을 전면 제한하는 법안을 도입한다. 이번 조치는 청소년의 과몰입과 SNS를 통한 폭력·혐오 확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빠르면 내년 말부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등 주요 SNS 플랫폼 이용이 금지될 전망이다.
◈온라인 안전법 개정, 사실상 확정 단계
호주 의회는 지난 28일과 29일 각각 상원과 하원에서 ‘온라인 안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입법 절차상 연방 총독의 최종 재가가 남았지만, 이는 형식적인 절차로 여겨져 법안 공포에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의 핵심은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어떤 플랫폼이 포함될지는 추후 호주 통신부 장관이 결정하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엑스(X), 스냅챗 등이 주요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단, 메시징 서비스와 온라인 게임에 특화된 플랫폼인 왓츠앱, 디스코드, 유튜브 등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호주 정부는 SNS를 통해 확산된 폭력과 극단주의가 사회 문제로 대두된 만큼 청소년 이용 제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시드니에서 발생한 16세 소년의 흉기 난동 사건이 SNS를 통해 활동해온 극단주의 단체와 연관된 것으로 밝혀졌다.
개정안은 법 공포 후 12개월간의 유예 기간을 두고 발효되며, SNS 기업은 이 기간 내 기술적 차단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위반 시 기업에는 최대 4950만 호주달러(약 450억 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SNS 규제, 전 세계로 확산 중
호주뿐 아니라 미국, 프랑스 등에서도 청소년의 SNS 사용을 제한하려는 입법이 진행되고 있다. 프랑스는 15세 미만 청소년의 부모 동의 없는 SNS 이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미국 플로리다주는 14~15세 청소년의 SNS 이용 시 부모 동의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검토 중이다.
한국에서도 청소년의 SNS 과몰입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관련 입법 논의가 진행 중이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정보보호법 개정안은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일별 이용 한도를 설정하고 알고리즘 사용 여부에 친권자의 확인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논란과 우려: 실효성 및 기본권 침해 논쟁
SNS 이용 제한 법안은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면서도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기본권 침해 논란을 낳고 있다.
호주의 경우, 메타와 엑스(X) 등 플랫폼 기업들은 법안이 청소년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고 실효성이 낮다는 입장을 밝혔다. 메타는 법안이 "일관성이 없고 효과적이지 않다"고 비판했으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인터넷 접속을 통제하는 수단"이라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국내에서도 법 적용 대상 플랫폼의 정의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광범위한 SNS 정의로 인해 사실상 모든 정보통신서비스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며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 침해를 우려했다.
학계에서는 청소년 과몰입의 부작용을 인정하면서도 강압적 규제보다는 자율적인 조절 능력을 키우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청소년의 가치관이 완전히 성립되지 않아 SNS 과몰입이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도, 강압적 규제가 장기적으로는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곽 교수는 "가정과 학교에서 연령에 맞는 교육을 통해 청소년이 스스로 이용을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호주의 사례는 청소년 보호와 자유권 침해 간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 전 세계적인 고민을 불러일으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