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갈등 속 예결위 '역대급 파행'... 예산안 4년 연속 지각처리 위기

야, 검찰·감사원 특활비 등 대규모 감액안 단독처리... 여 "이재명 방탄용 분풀이식 삭감" 강력 반발
박정 국회 예결위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의 소(小)소위원회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헌정 사상 처음으로 감액 예산안을 단독 처리하면서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을 앞두고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 추진과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 등 정치적 갈등까지 겹치며 4년 연속 예산안 지각 처리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29일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의 특수활동비 82억5100만원, 검찰 특정업무경비 506억9100만원, 검찰 특수활동비 80억900만원, 감사원 특정업무경비 45억원, 감사원 특수활동비 15억원 등에 대한 대규모 감액안을 단독 처리했다.

야당은 이 과정에서 당초 추진하던 지역사랑상품권 2조원 증액 등 핵심 중점 사업 예산 증액을 포기했다. 예결위가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할 경우 정부 제출 예산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는 점을 고려해 감액안 처리를 선택했다는 입장이다. 헌법상 예산 증액이나 신규 항목 설치는 정부 동의가 필요하지만, 감액은 국회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집권 여당이 검찰 특활비를 살리기 위해 민생 예산을 포기했다"며 감액 처리의 정당성을 주장했고, 김영진 의원은 "국민 생활과 복지 관련 예산은 감액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즉각 기자회견을 열어 "이재명 대표 방탄을 위한 분풀이식 삭감"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여당은 이번 감액 처리가 민생을 도외시한 정치적 행보라고 비판하며, 민주당이 예산까지 정쟁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산안의 향후 처리 과정에서는 우원식 국회의장의 역할이 주목된다. 야당의 요구만 반영된 감액 예산안을 본회의에 상정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민주당은 이를 지역화폐 사업 등 증액 예산 확보를 위한 협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야 모두 추가 협상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지만, 법정 시한인 12월 2일까지 예산안 처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민주당 예결위원은 "이제 예산안은 여야 대표단과 지도부의 협상에 달렸다"고 밝혔으며, 국민의힘 예결위원도 "법정 시한 준수가 불가능해 보인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만약 여야가 12월 2일까지 예산안 처리에 실패할 경우, 이는 4년 연속 지각 처리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남기게 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여야의 극한 대립으로 인한 부실 심사와 졸속 처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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