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수 목사 “10.27 말고는 선택의 여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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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당시 연합예배 설교자… “이 싸움, 포기하는 쪽이 져”
10.27 연합예배에서 설교하고 있는 박한수 목사. ©10.27 연합예배 조직위

주최 측 추산 110만 명의 성도가 현장에 모였던 ‘10.27 한국교회 연합예배’. 고작 2달 정도의 짧은 기간 동안 준비된 집회였지만, 기독교인들은 차별금지법과 동성결혼 합법화 등에 반대하며 거리로 쏟아졌다. 1973년 빌리 그래함 집회 이후 한국교회 최대 규모 집회로 평가된다.

그러나 한 달여 지나 마주한, 당시 설교자 박한수 목사(제자광성교회 담임)에게서 그로인한 흥분은 찾아볼 수 없었다. 물론 그에게도 10.27 연합예배는 큰 이정표지만, 마침표는 아니다.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끝나지 않을 싸움”이라는 그와 2024년 10월 27일, 그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아래는 일문일답.

설교 등 순서 맡는 것 연연하지 않았다
100만 명 모일 수 있는 마중물 되려 해
10.27 개최할 수밖에 없었던 비상사태

-10.27 연합예배에서 어떻게 설교하게 되었나?

“스스로 하려고 했던 건 아니었다. 조직위 측에서 내게 요청한 것이다. 애초부터 설교나 다른 순서를 맡는 것에 연연하지 않았다. 단지 ‘100만 명이 모일 수 있는 마중물 한 바가지라고 되자’ 그런 마음뿐이었다. 저만이 아니라 모든 분들의 마음이 아마 그랬을 것이다.”

-설교 준비에 부담은 없었나?

“왜 없었겠나. 설교를 준비하면서 적지 않게 고생했다. 우선 설교를 짧게 해야 했다. 그 안에 전달할 내용을 정확히 담아야 했기에 쉽지 않았다. 전국 각지에서, 심지어 외국에서도 사람들이 모이는데, 그 분들을 실망시켜선 안 된다는 중압감이 컸다.”

-10.27 연합예배가 무사히 끝났다. 돌아보면 어떤가?

종교개혁 507주년 기념주일었던 지난 10월 27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10.27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가 진행되던 모습. ©뉴시스

“100만 명이 모일 수 있을까, 걱정했다. 그만큼 안 모이면, 한국교회 꼴이 우습게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또 ‘혹시 사고라도 일어나면 어떡하나, 그럼 한국교회에 더 큰 위기가 올 텐데’ 하는 걱정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위험부담을 안고서라도 집회를 해야 했던 이유는, 지금이 비상사태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10년 전 이런 집회가 준비되었다면, 나는 참석을 안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것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일제시대 당시 유관순 열사가 3.1운동에서 태극기를 흔들었던 것도 그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태극기를 흔들고 독립만세를 외친다고 당장 독립이 이뤄지겠나? 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었기에, 목숨을 걸고 태극기를 흔들었던 것이다. 나 역시 그런 심정으로 10.27 연합예배에 참여했다.

10.27 연합예배는 차별금지법과 동성결혼 합법화를 막기 위한 한국교회 저항의 목소리였다. 이것이 일순간 모든 것을 바꾸진 못할 것이다. 그러나 3.1운동이 있은 후 26년이 지나 마침내 해방을 맞았듯, 한국에서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지 못한다면 훗날 10월 27일은 우리 사회의 물줄기를 바꾼 하나의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아쉬운 점이나 후회 같은 건 없나?

“후회는 없다. 그렇다고 뿌듯함이나 성취감 같은 것도 없다. 그런 마음을 가질 겨를이 없다. 우리의 싸움은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끝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10.27 연합예배는 단지 하나의 방어막을 세운 것이다.”

교계 내 비판, 차별금지법 무지에서 비롯
신앙 색채·이념 떠나 교계 전체가 막아야
절박했던 성도들, 자발적으로 10.27 참여

-10.27 연합예배가 준비되는 과정에서,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교계 내부에서 나왔다.

“교계 밖에서의 비판은 분명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내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 마음이 아팠다. ‘똑같이 예수님을 믿는데 이렇게 생각이 다를 수 있구나’ 하는 걸 느꼈다. 아마 그런 그들의 신념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우리와 어쩔 수 없이 부딪힐 수밖에 없는 대립구조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이번에 드러난 것뿐이다.

또한 그들의 반대는 차별금지법에 대한 무지에서 나온 것이라고 본다. 그들은 차별금지법의 실체를 너무 모른다. 그 법이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되는 거라면 나도 이렇게까지 안 했을 것이다. 서구교회가 차별금지법 하나로 인해 무너진 건 아니겠지만, 그 법이 결정타가 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 걸 봤으면 우리도 대비해야 한다. 신앙의 색채나 이념을 떠나 기독교계 전체가 막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찌 스스로 빗장을 열어주려고 하나? 참 안타깝다.”

-10.27 연합예배 현장에 주최 측 추산 110만 명이 모였다.

박한수 목사가 10.27 연합예배를 앞두고 진행됐던 3일 연합 금식기도성회에서 기도하고 있다. ©10.27 연합예배 조직위

“규모와 숫자보다 내용과 진정성이 더 중요하다. 그러나 그 정도로 많은 이들이 같은 우려를 가지고 모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합예배에 모인 사람들을 보면서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숨겨진 그리스도인, 곧 ‘샤이(shy) 그리스도인’이 많다는 걸 느꼈다. 그 중에는 청년들도 꽤 있었다.

무엇보다 이번 10.27 연합예배의 가장 큰 의의가 있다면, 그것은 참석자들이 모두 자발적으로 모였다는 점이다. 솔직히 대부분의 집회에서 인원은 동원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번 집회에선, 참석자들이 전국 각지에서 스스로 비용을 내고 버스를 대절해 서울까지 올라왔다.”

-그들이 왜 그렇게까지 모였다고 생각하나?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 아니겠나. 우리 사회가 이렇게 가선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컸을 것이다.”

왜 모였는지 보도하지 않은 편향된 언론
그럼에도 차금법 관심 갖게 했다면 성과
이 싸움은 중간 목표, 최종 목표는 복음화

-비기독교인들은 10.27 연합예배를 어떻게 지켜봤을까?

“세 가지 정도의 반응이 있었을 것이다. 첫째는 그냥 무관심한 사람들. 그들에겐 백만이 모이든 천만이 모이든 별 상관이 없다. 또 하나는 부정적으로 본 사람들. 특히 언론이 이를 부추겼다. 우리나라의 상당수 언론은 편향돼 있다. 그들은 10.27 연합예배를 단지 축소 보도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왜 모였는지도 보도하지 않았다. 정상적이라면 집회가 열린 이유를 다뤄야 한다. 10명도 아니고 100만이나 모였는데….

그리고 마지막 반응은, 10.27 연합예배에 대한 관심이다.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인 건 뭔가 있기 때문 아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그렇게 관심을 가진 이들이 ‘차별금지법’이라는 단어를 듣고, 그것에 의문을 가졌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효과가 있었다고 본다. 10.27 연합예배가 없었다면 그런 단어조차 듣지 못했을 수도 있다.”

-목사님은 차별금지법과 같은 대사회적 이슈에 늘 목소리를 내고 계신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내겐 중간 목표와 최종 목표가 있다. 최종 목표는 영혼 구원과 복음화다. 그런데 이를 위한 중간 목표로서 차별금지법과 같은 것을 막는 것이 있다. 나는 차별금지법이나 이단 문제, 동성결혼 합법화 등을 모두 중간 장애물이라고 본다. 이런 것을 막는 게 최종 목표는 아니다. 그것들이 궁극적으로 우리 신앙을 방해하기 때문에 싸우는 것이다.

가령 건물을 짓는데, 바닥을 팠더니 바위가 나왔다고 하자. 그럼 그 바위를 깰 것이다. 그것만 보면 마치 바위를 깨는 것이 최종 목적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집을 짓기 위해 하는 행동일 뿐이다. 나 역시 한국교회와 신앙의 후대들을 지키기 위해 행동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10.27 뒤로하고 연합해 다시 나아가야
포기치 않고 끝까지 싸우는 쪽이 승리
그런 주님의 용사들 많이 일어났으면

-그것 때문에 목회에서 겪는 어려움은 없나?

제자광성교회 담임 박한수 목사. 그는 “이제 10.27은 역사의 한 페이지로 장식을 하고, 우리는 또 다시 연합해 계속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김진영 기자

“시간과 에너지를 교회에 다 못 쏟고 있는 건 사실이다. 성도들에게 미안하다. 그냥 목회만 했으면 받지 않았을 오해도 받는다. 하지만 유익도 있다. 성도들이 시대 현상에 대한 안목을 갖게 되는 것이다. 자기 신앙 안에 머물러 있던 신앙의 범주가 더 넓어졌다고 감사해하는 분들도 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계속 행동할 건가?

“방해물이 있으면 치우고, 더러운 것이 있으면 닦아야 한다. 다만 우려하는 건, 우리의 이 운동이 우리 세대에서 끊기는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젊은 목사님들이 많이 나와서 이를 이어가야 한다. 이 싸움은 포기하고 지치는 쪽이 지는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는 하나님의 사람, 주님의 용사들이 많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끝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제 10.27은 역사의 한 페이지로 장식을 하고, 우리는 또 다시 연합해 계속 나아가야 한다. 거대한 장애물과 위협 앞에서 힘을 합해 맞서야 한다. 차별금지법과 동성결혼 합법화를 막을 수 있는 건 결국 교회밖에 없다.”

박한수 목사는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과(Th.B.)와 동대학교 신학대학원(M.Div.)을 졸업했다. 거룩한빛광성교회에서 부목사로 사역했고, 2006년 경기도 고양시에 제자광성교회를 개척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일산기독교연합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예장 통합총회 이단사이비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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