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수출 둔화와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했다. 특히 반도체 등 주력 산업에서의 경쟁 심화와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28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1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3.25%에서 3.0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2회 연속 기준금리 인하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부터 2009년 2월까지의 6회 연속 인하 이후 16년 만이다.
금통위는 이번 금리 인하의 배경으로 환율 변동성 확대에도 불구하고 물가상승률 안정세와 가계부채 둔화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성장의 하방압력이 커진 점을 들었다. 특히 수출 부문에 대한 우려가 두드러졌다.
한국은행은 최근 경제전망을 통해 내년도 성장률을 1.9%, 2025년 성장률을 1.8%로 예상하며 저성장을 예고했다. 이는 지난 8월 제시했던 내년도 전망치 2.1%에서 하향 조정된 수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역시 올해 2.3%, 내년 1.9%로 이전 전망치인 2.5%, 2.1%보다 낮아졌다.
통화정책방향문에 따르면 내수 회복세가 완만한 가운데 수출 증가세마저 둔화되며 전반적인 성장 흐름이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10월 통방문에서 언급된 "수출 증가세가 이어졌지만 내수 회복세는 아직 더딘 모습"이라는 평가보다 더욱 비관적인 진단이다.
세계경제와 관련해서는 미국 신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 따른 경기와 인플레이션의 불확실성이 증대됐다고 우려했다. 금통위는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이 미국 신정부의 경제정책 추진 양상,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외환시장에서는 미 달러화 강세의 영향으로 원화 가치가 상당폭 상승했으며, 주택시장에서는 수도권의 가격 상승폭 축소와 지방의 하락세가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대출은 계절적 요인으로 증가 규모가 다소 확대됐으나, 거시건전성정책의 영향으로 주택관련대출을 중심으로 당분간 둔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금통위는 향후 금리정책과 관련해 "금리인하가 물가와 성장, 가계부채와 환율 등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과 정책변수 간 상충관계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앞으로의 인하 속도 등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은 높은 것으로 판단되지만, 환율이 높은 변동성을 나타낼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