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그자체로 존엄하고 고결한 가치
우릴 바라보시는 하나님 시선과 동일
'사랑'은 장애 유무·배경·조건과 무관
천방지축 주인공 변화과정, 관람 포인트
만약 당신에 뱃속의 아이에게 장애가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뱃속 아이가 다운증후군임을 알면서도 낳은 엄마가 있다. 잔드라 슐츠의 책 <엄마는 너를 기다리면서, 희망을 잃지 않는 법을 배웠어>를 보면 '모두가 아이를 낳지 말라'고 했지만 딸 마르야를 낳았다. 그녀는 대단하고 거창한 윤리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라 단지 '사랑하기 때문에 아이를 낳았다'고 고백한다.
비슷한 일이 2001년 캐나다 토론토의 장애인 공동체 '라르쉬 데이브레이크'에서도 있었다. 이 공동체는 기독교 영성가 헨리 나우웬이 하버드대 교수직을 내려놓고 죽을 때까지 지낸 곳으로 알려져 있다. 공동체에 있던 장애인 부부에게 아이가 생겼고, 뱃속 아기는 두개골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뇌가 밖으로 빠져 나오는 뇌막류를 진단 받은 상태였다. 의사는 아이의 선천적 결함으로 태어나자마자 죽을 것이라고 임신중절을 권유하지만, 부부는 아기에게 '루카스'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아기와의 만남을 손꼽아 기다린다. 그렇게 세상에 나온 17일간 생존하여 의학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기적을 남겼다.
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 「루카스」는 2006년 초연작으로 18년째 공연을 이어오고 있다. 명작에는 오랜 시간 사랑 받는 이유가 있다. 실화 바탕에 깊은 주제의식이 담긴 감동적인 대본, 감각적인 노래와 가사, 그리고 배우들의 명연기까지 세 박자를 골고루 갖추고 있다.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소재를 유쾌하고 다채롭게 풀어하며 과연 생명의 가치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이어주는 '사랑'의 참된 의미는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극중 가상의 인물 '현우'는 극중에서 장애인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등 소위 '폐급'으로 묘사된다. '아빠가 돼서 아이 이름도 쓰지도 못하면 어떡하냐'고 아이 아빠에게 면박을 주는 천방지축 현우가 점차 변화되어 가는 모습이 백미이다. 현우는 15분 밖에 볼 수 없는 아기를 열달 간 품으며 사랑의 마음으로 기다리는 부모의 모습에 점차 감화되어 간다. 이런 현우가 변화하기까지 기다려주는 인자한 대장 할머니 '수잔'의 모습도 인상 깊다. 또한 현우가 한국으로 귀국하며 아버지를 만나는 마지막 씬에서는 꽤나 큰 반전이 있어 또다른 감동을 준다.
극중 공동체의 축복 속에 목사를 통해 루카스가 유아 세례를 받는 모습은 비기독교인들에게도 가슴 찡한 장면이다. 수어를 활용한 경이로운 안무도 눈에 띈다. 요즘처럼 잔인하고 폭력적인 코드가 대세가 되어가는 문화예술계에 인간의 존엄과 고결한 사랑이란 주제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 흔치 않다. 순수성에 목말라 있던 관객들에게 단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출·음악·무대·영상·안무 모두 리뉴얼
이 작품은 창작 뮤지컬 「더 플레이」로 제8회 한국뮤지컬대상 극본상을 수상한 김수경 작가의 작품이다. 올해는 연출과 음악, 무대, 영상, 안무가 전부 바뀌었다. 1년 반 전부터 모인 창작진은 초연의 장점은 살리되 극의 완성도를 올리기 위한 극적 장치와 새로운 장면을 추가했다. 이에 따라 음악을 완전히 새롭게 편곡하고 새 넘버도 만들었다. 다수의 드라마 OST를 작곡한 김종천이 맡은 것이다.
작품은 무겁지 않은 분위기로 발랄하고 세련되게 풀어내어 관객들의 호평을 이끌고 있다. 남녀노소, 특히 연말에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은 이때에 가족 단위로 보기 좋은 작품으로 추천하고 싶다.
한편 뮤지컬 루카스는 서울 압구정 광야아트센터에서 내년 5월 17일까지 공연된다. 12월 21일까지 수험생 할인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특히 총 티켓 매출의 1%를 밀알복지재단에 기부되어 장애 영유아 치료비를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