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내년 은행권 가계대출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관리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주요 초점은 연초 또는 상반기의 과도한 대출 집중을 막고, 연간 대출 계획을 균형 있게 분배하는 것이다.
최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금융당국에 내년도 가계대출 계획안을 제출했으며, 월별·분기별 대출 목표치를 별도로 설정할 예정이다. 이는 연간 대출 한도를 연초나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현재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올해 은행들의 대출 실적을 보면 그 심각성이 드러난다. 8월 기준으로 우리은행은 연초 계획 대비 대출실적이 무려 376.5%에 달했으며, 신한은행 155.7%, 국민은행 145.8%, 하나은행 131.7% 등 대부분의 은행이 당초 계획을 크게 초과했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대출 편중이 은행의 자산 건전성을 악화시키고,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연말에 급격히 대출한도를 조정하는 현재의 관행을 개선하고, 보다 안정적인 대출 관리를 목표로 한다.
다만 정책대출 등과 관련해 다른 부처와의 협의가 필요해 구체적인 방안 확정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방향은 맞지만 아직 논의 중"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21년 3분기 99.2%에서 올해 1분기 92%로 하락했지만, 여전히 주요국 중 다섯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연구소는 한국 가계부채의 특이점으로 높은 자영업 비중과 전세제도 등을 지목했다. 주택 구입 목적 가계대출 비중은 글로벌 평균보다 낮지만,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높은 점을 주목해야 한다.
연구소는 "한국의 가계부채 증가에는 특이요인이 반영된 만큼, 단순 총량 비교를 넘어 질적 요소를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금융당국의 새로운 가계대출 관리 방안이 가계부채 리스크를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