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렌, 1884년 9월 입국한 최초 개신교 선교사”
그러나 교계선 1885년 언더우드 선교사 기점
‘알렌을 선교사로 보느냐 의사로 보느냐’ 차이
한국 교계, 특히 장로교계는 ‘한국 기독교 선교 140주년’을 내년으로 보고 기념예배 등 각종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내년이 140주년인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내년을 선교 140주년으로 보는 이들은 1885년 미국 북장로회의 언더우드(H. G. Underwood)와 미국 북감리회의 아펜젤러(H. G. Appenzeller) 선교사의 국내 입국을 기점으로 삼는다.
그러나 이들보다 한해 앞서 미국 북감리회 맥클레이(R. S. Maclay) 선교사와 미국 북장로회 알렌(H. N. Allen)이 내한했다. 매클레이 선교사는 고종 황제에게서 의료 및 교육분야 선교를 윤허받았고, 민영익을 치료한 의사 알렌의 이야기는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위키백과는 알렌에 대해 “미국의 조선 주재 외교관, 장로교 선교사로, 한국어 이름은 안련(安連)이다. 1884년 9월에 입국함으로써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한국에 파송된 최초의 개신교 선교사가 되었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한국 감리교의 경우 맥클레이 선교사의 내한과 고종 황제에게서의 선교윤허를 기점으로 삼아 올해를 선교 140주년으로 보고 얼마 전 기념예배를 드렸다. 그러나 장로교의 경우 내년을 선교 140주년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교회 역사학계에선 이것이 알렌의 신분에 대한 이견 때문으로 추정한다. 알렌을 미국 북장로교가 공식 파송한 선교사로 보느냐, 아니면 단지 의사로 보느냐 하는 차이 때문이다. 전자로 볼 경우 올해가, 후자로 볼 경우 내년이 각각 선교 140주년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한 교회 역사학자는 “일반 기독교 대중 사이에서도 알렌은 선교사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도 알렌은 미국 북장로교에서 의료선교사로 파송됐다”며 “알렌이 과연 선교사로서 공식 파송되었느냐 하는 부분에서 논쟁의 여지가 있다 하더라도 내년을 선교 140주년으로 볼 근거는 명확하지 않다”고 했다.
또 다른 한 교회사학자도 “역사적으로 한국교회는 1934년을 선교 50주년으로 기념했었다”며 “왜 나닷없이 내년을 선교 140주년이라고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 교회사학자는, 당연히 올해가 선교 140주년이라며 “정말 교계가 내년을 140주년으로 기념하느냐”며 되묻기도 했다.
역사적으로 한국 교계에선 1984년 8월 15~19일 여의도광장에서 당시 대부분의 교단들이 참여한 가운데, ‘한국 기독교 100주년 선교대회’가 열렸다. 당시 연인원 350~400만 명이 운집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또 이듬해 10월 15일에는 서울 영락교회에서 1,200명이 참석한 가운데 100주년 기념대회를 갖기도 했다.
당시 교계가 1984년에 100주년 선교대회를 대대적으로 개최한 것은 국내 선교의 기점을 알렌 선교사의 내한으로 봤기 때문이다. 다만 그 때도 알렌보다는 아펜젤러와 언더우드 선교사의 내한을 우선해 1985년에도 기념대회를 개최했지만, 규모나 교계의 분위기 등에서 전자가 압도적이었다는 게 학자들의 견해다.
교회 역사학계에서는 “알렌이 공식 선교사로 파송되었는지 여부만 사료 등을 통해 확인하면 정리될 수 있는 문제”라며 “국내 선교 역사의 기점을 애매하게 두기보다 객관적인 기록으로 명확히 짚고 넘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회사학자인 이상규 교수(고신대 명예, 백석대 신학전문대학원 석좌)는 “알렌은 미국 북장로교 공식 선교사로 1884년 한국에 온 분명한 선교사”라며 “한국교회는 1934년 선교 50주년을 기념했다. 따라서 내년이 선교 140주년이라는 건 맞지 않는다. 이는 역사적 사실이므로 확실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