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이 추락 사고로 이송된 응급 환자를 진료 거부한 병원에 대한 정부의 행정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해당 사건은 만 17세 응급 환자가 2시간 30분간 병원을 전전하다 사망에 이른 안타까운 사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강재원)는 최근 대구가톨릭대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선목학원이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등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지난해 3월 19일 대구의 한 건물에서 발생했다. 추락 사고를 당한 만 17세 환자를 태운 구급차는 지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4개 병원을 돌았지만, 모든 병원이 각기 다른 이유를 들어 진료를 거부했다.
첫 번째로 찾은 A병원은 환자를 직접 확인하지도 않은 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있는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B병원 전공의는 환자 상태를 확인하지 않고 '권역외상센터부터 가라'며 수용을 거부했고, 같은 병원 권역외상센터는 '병상이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C병원과 대구가톨릭대병원 역시 각각 '외상 환자 수술 중'과 '신경외과 의료진 학회 출장'을 이유로 진료를 거부했다. 결국 환자는 사고 발생 약 2시간 후 삼일병원으로 이송됐다가 대구가톨릭대병원으로 옮겨져 사망 판정을 받았다.
이에 복지부는 해당 병원들에 6개월 치 보조금 지급 중단과 함께 시정명령을 내렸다. 시정명령에는 병원장 주재 사례검토회의를 통한 책임자 문책, 응급환자 우선 진료를 위한 시설·인력 재배분, 구급대 환자 수용 의뢰 내역과 의료진 응답의 전체 기록·관리 등이 포함됐다.
대구가톨릭대병원은 "신경외과 전문의 부재를 알리고 진료 가능한 다른 병원을 추천했다"며 "응급의료 거부나 기피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응급의료 거부 또는 기피의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응급조치를 하지 않거나, 응급의료를 중단하거나, 응급환자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진료행위 자체가 없었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환자가 응급환자인지 판단하기 위한 기초적인 1차 진료조차 하지 않았다"며 "구급대원이 통보한 환자 상태만을 근거로 수용을 거부한 행위는 당시 상황에서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