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게이 나리시킨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국장이 우크라이나와 서방 국가들을 향해 장거리 공격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나리시킨 국장은 20일(현지시간) 러시아 매체 내셔널디펜스와의 인터뷰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이 러시아 영토 깊숙이 장거리 타격을 유도하거나 조장하려는 시도는 반드시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전날 개정한 러시아 핵교리를 언급하며, 이 변화가 서방 국가들과의 대립 구도에서 러시아의 입지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리시킨은 "핵교리 개정으로 서방이 러시아와의 대결에서 펼칠 계략의 여지가 줄어들었으며, 우크라이나가 전장에서 러시아를 이길 가능성도 사실상 사라졌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승인한 개정 핵교리에는 러시아가 공격국이 비핵국가일지라도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가 그 공격에 참여하거나 지원할 경우 이를 '공동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최근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가 러시아 본토를 타격한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군은 19일 러시아 브랸스크주 카라체프의 무기고를 목표로 에이태큼스 미사일 6발을 발사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 중 5발을 격추했으며 나머지 1발은 군사시설에 파편 피해를 입혔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영국과 프랑스산 스톰 섀도 장거리 순항미사일도 쿠르스크 지역을 타격해 유럽 국가들도 미국의 결정을 따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리시킨 국장은 서방 국가들을 겨냥해 "미국은 세계 패권에 대한 집착으로 유라시아에 혼란을 조장하고 있다"며 "이는 러시아와 지역 협력국들로 하여금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려는 결의를 강화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유주의 세계 질서는 더 이상 매력을 잃었으며, 서방의 화려한 언변만으로는 현실을 바꿀 수 없다"고 비난했다.
우크라이나의 공격은 러시아와 서방 간의 갈등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장거리 무기 지원이 러시아 본토를 직접 겨냥하는 상황에서 이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핵교리 개정은 이러한 긴장을 반영하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서방 국가들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1000일을 넘기며, 양측의 대립이 한층 격화되고 있다. 러시아의 경고와 서방의 군사적 지원 확대가 앞으로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