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페루츠의 마지막 작품 ‘밤에 돌다리 밑에서’

도서 '밤에 돌다리 밑에서'

16세기 말부터 17세기 초의 프라하를 배경으로 한 역사 소설 밤에 돌다리 밑에서가 국내에 처음으로 번역 출간됐다. 독일어권 문학의 거장 레오 페루츠의 생전 마지막 작품인 이 소설은 그의 특유의 환상적이고 관념적인 문체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전설과 역사, 인간 본질에 대한 철학적 탐구를 결합했다.

소설은 총 14편의 단편과 에필로그로 구성된 15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단편은 성경, 유대 전설, 민담에서 영감을 받아 쓰였으며, 꿈, 천사, 유령, 마법 같은 환상적 요소가 결합돼 있다. 이를 통해 잊힌 유대 역사를 재조명하고, 인간 삶의 보편적이고 철학적인 주제를 탐구한다.

작품의 배경은 프라하성 주변 유대인 도시로, 연금술에 몰두하던 괴짜 황제 루돌프 2세, 유대인 여성 에스터와의 엇갈린 사랑, 돈과 증오로 얽힌 상인 모르데카이 마이슬, 전설적인 랍비 뢰브 같은 역사적이고 상징적인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들의 이야기는 16세기 유대 공동체의 삶과 갈등, 인간의 욕망과 신앙을 밀도 있게 그려낸다.

레오 페루츠는 프라하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수도 빈에서 활동했다. 그는 관념적이고 철학적인 주제를 환상적이고 속도감 있는 서사로 풀어내는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작품 역시 그의 독특한 문체와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대표작이다.

소설 속에서는 삶과 죽음, 평등과 불평등 같은 철학적 질문이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예컨대, “땅속에서는 모두가 똑같아…”라는 대사는 인간 존재의 평등과 덧없음을 강렬하게 상기시키며, 독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번 번역은 레오 페루츠의 문학 세계를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작업으로, 그의 문체와 주제를 충실히 재현해 독자들에게 새로운 독일어권 문학의 매력을 선사한다. 유대인의 삶과 문화, 역사적 맥락 속에서 현대적인 질문을 던지는 이 작품은 환상 소설과 역사 소설의 경계를 넘나드는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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