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FF 이성혜 위원장 “예수님 예표하는 다양한 콘텐츠 많아져야"

[인터뷰] 젊은 안목과 기획력 갖춘 문화사역자 이성혜의 영화제 후일담

하나님 안에서 꿈꾸는 문화의 장 마련에 집중
"나는 하나님의 뜻 이뤄드리는 도구이고 싶어"

"기독교 영화, '죄' 보여주고 '복음' 제시해야"
"문화가 가진 강력한 영향력, 누구나 발휘해"

한국기독교영화제(KCFF) 공동 집행위원장 이성혜는 누구든지 복음에 대해 나눌 수 있는 대표적인 문화사역의 장을 꿈꾼다. ©이성혜

한국기독교영화제 공동 집행위원장이자 (주)리빔 대표 이성혜(36)를 만났다.

지난 10월 말,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8회 한국기독교영화제(KCFF)는 누구에게나 열린 문화 페스티벌을 표방하며 성황리에 마쳤다. 이 위원장은 한국기독교영화제가 앞으로 영화, 음악 등 문화를 통해 누구든지 복음에 대해 나눌 수 있는 대표적인 사역의 장으로 커 가고, 또 쓰임받길 소망한다.

한국기독교영화제가 지난 2022년 세빛섬에서 열리던 7회부터 집행위원장으로 합류한 이성혜 대표는 이 영화제를 기독교인, 비기독교인 상관없는 누구나 와서 복음을 듣고 나누는 문화의 장으로 만들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이성혜 위원장은 독실한 기독교 가정에서 자라 미국 파슨스 디자인스쿨을 졸업한 후 미스코리아 대회에 도전하여 2011년 미스코리아 진(眞)의 영예를 안은 수재이다. 그녀는 이후 여러 작품에서 배우로 활동하며 '십자가 은혜'를 깨달았고, 하나님의 이끄심을 따라 유엔(UN), 국제백신연구소(IVI), 월드휴먼브릿지 등 NGO에서 일하며 청소년 사역을 이어왔다.

그녀는 젊은 안목과 기획력 등 자신의 달란트를 살리면서 넓은 세상을 경험했고, 오늘날 콘텐츠 홍수 시대에 '문화'가 지닌 강력한 힘에 눈을 떴다. 그리고 그때의 경험과 훈련을 바탕으로 문화에 복음을 어떻게 접목시킬지 고민하는 문화사역자로 발돋움했다.

한국기독교영화제는 다음 세대가 관심 가지며 그 안에서 꿈을 키워갈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라며, 제9회를 구상 중이다. ©이성혜

이 위원장은 2020년 김상철 감독(파이오니아21연구소 소장)의 영화 「부활: 그 증거」에 출연하면서 김 감독과 연을 맺었고, 김 감독이 이끌어 오던 한국기독교영화제(당시 한국기독교단편영화제)에 관여하게 됐다. 그녀는 "흔히 '기독교 영화'하면 배고프고 가난하고 재미없는 분야로 생각한다"며, "그 당시만 해도 기독교 영화제는 소수의 목사님들이나 문화사역자 외에는 관심이 없었다. 특히 제일 중요한 건 다음 세대가 여기에 관심이 없었다. 크리스천 영화인들조차 여기서 꿈을 꾸지 않았다"고 운을 뗐다.

그녀는 "그때 난 의문이 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고귀하고 아름다우며 진실인 '복음'을 얘기하는데 왜 이렇게 가난하고 늘 초라해야 하는지 말이다. 세상에 내놓아도 아쉽지 않을 만큼 영화제를 잘 만들어서 이곳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통해 하나님의 꿈을 꾸게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더 나아가서, 여기서 배우든 감독이든 문화사역에 대한 '콜링'을 받은 자, 명확한 사명감을 지닌 자들을 세워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나님이 내 마음에 불을 지피신 것이다"고 말을 이었다.

◆'판' 키워가는 한국기독교영화제 행보 기대

이 위원장은 처음에는 김상철 감독에게 '조언'하는 형태로 관여했다. 그러다가 6회에 부위원장을 맡았고, 7회 때는 김상철 감독이 아예 집행위원장을 제안했다. 그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 영화제를 차츰 '문화의 장'으로 자리잡게 하고 싶었다. 그러나 첫 술에 배부를 순 없었다. 중장기 계획을 세웠고 김상철 감독을 비롯한 관계자들도 동의했다.

우선, 인지도와 접근성이 떨어지던 영화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작업이 우선이었다. 예산도 인력도 부족한 상태에서 이 위원장은 매회 우선순위를 정해서 한 단계 한 단계씩 밟아갔다. 7회는 그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이번 8회에는 거기서 좀 더 나아가 내실을 갖추는 데 힘썼다.

제8회 한국기독교영화제 공동 집행위원장 김상철 감독(좌)과 이성혜 대표(우) ©KCFF

그러면서 그녀는 영화제 7회에서 '순종'을 배웠다면, 이번 8회에서 '하나님이 주인되심'을 배웠다고 했다. 7회 당시 2명으로 시작된 조직은 이번에 4명이었다. 그리고 출중한 크리스천 감독들이 수준 높은 작품을 출품했다. 7회에 심어둔 씨앗이 올해 작은 열매로 맺힌 것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이 위원장은 "7회 때는 영화 상영을 못했다. 그래서 세미나랑 시상식만 화려하게 했다고 보셨을 수 있다"며, "그러나 그때부터 헐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스티븐 오(Steven Oh) 감독이 합류했고, 올해는 그래미 어워드 노미네이트 되었던 맷 브론리우(Matt Browleewe) 프로듀서, 시나리오 작가 에릭 윌슨(Eric Wilson)이 동참했다. 무엇보다 이번에 좋은 작품이 많이 출품됐다. 이틀간 출품작 및 초청작 12편에 대해 상영도 진행했고, 또 상영작으로 미국에서만 개봉된 엔젤스튜디오의 영화 'Sound of Hope'도 국내 최초 상영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번에 작품 「입덧」으로 대상을 받은 임도균 감독이 수강소감으로 '하나님 안에서 신앙을 끝까지 지키면서 꿈꿀 수 있고 세상 가운데서 겨뤄볼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걸 듣고 눈물이 났다. 이번에 오신 다른 분들은 '하나님 안에서 꿈꿀 수 있는 장이 생겨서 기쁘다'고 하셨다. 그때 제일 기뻤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7회 때 집행위원장을 맡았는데 막상 개막 한달 반 전부터 잠을 못 잤다"며, "베뉴는 예약했는데 내용이 없었다. 너무 막막했고, 도와달라고 찾아가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냉대를 받았다. 진행시킬 재정도 사람도 없어서 엉엉 울며 기도하는데 하나님이 마태복음 6장을 읊어주시면서 '솔로몬의 영예가 내가 준비한 백합 한송이 보다 못하다. 그러니 너는 먼저 그의 나라와 의를 구하라'고 하셨다. 그 말씀이 레마로 와닿으면서 굉장히 회개했고, '나의 시각으로 전능하신 하나님을 제한치 않겠다'고 결심했다. '순종'으로 일을 진행시켰고, 나중에 필요한 때마다 조금씩 채워주셨다"고 고백했다.

영화 '입덧'으로 제8회 한국기독교영화제 대상을 수상한 임도균 감독은 ‘하나님 안에서 신앙을 끝까지 지키면서 꿈꿀 수 있고 세상 가운데서 겨뤄볼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KCFF

또한 이번 8회에 대해서 그녀는 "이번에는 준비된 것이 많이 있어도 하나님이 '덜어내라'고 하시거나 '그만큼만 받겠다'고 하시는 걸 느꼈다. 우리가 하는 이 영화제의 모든 것이 하나님이 주인 되심을 잊지 않도록 훈련 받았던 것 같다"고 했다.

그녀는 "한정된 조직과 예산이기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님이 하셨음을 느꼈다"며, "왜냐하면 정말 완벽하게 아무 실수 없는 행사를 할 수도 있지만, 하나님께서는 처음부터 그러한 행사가 아니라 이것이 '예배'가 되게 하라고 우리 한 사람 한 사람한테 얘기해 주신 그 은혜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끔은 우리의 교만함을 위해서라도 완벽과 거리를 두게끔 하신 것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내후년에 열릴 제9회 한국기독교영화제는 이제 정식 조직을 갖추고, 그간 문화사역자와 크리스천 기업에 문을 두드려 온 만큼, 크리스천 기업·가수·배우 등 연결을 통해 더많은 공인들이 함께하는 풍성한 장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또한, 이번에 좌석예약 후 노쇼(no-show)가 꽤 있었기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티켓값을 받고 나중에 돌려주는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했다.

◆'복음의 본질' 담아낸 콘텐츠 많아져야

'기독교 영화'는 아니지만 기독교의 가치를 담아내고 있는 영화 'Sound of Hope'(2024). 제8회 한국기독교영화제 개막작으로 소개됐다. ©Angelstudio

기독교 영화하면 다큐멘터리를 많이들 떠올린다. 물론 다큐멘터리 중에도 훌륭한 작품이 많다. 그러나 비기독교인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엔터테인먼트'가 필요하다고 이 위원장을 말했다.

이 위원장은 "예수님도 비유를 통해서 믿지 않는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게 복음을 전하셨다. 눈높이에 맞춰 편안하고 다정다감하고 따뜻한 위로가 있는 제스처를 취하신 것이다. 문화는 그것을 실현할 힘이 있다"고 나눴다.

그녀는 "만약 문화사역을 나무에 빗댄다면 그 뿌리, 본질은 절대 흔들려서는 안 된다. 복음에 대한 본질은 절대 타협할 수 없다"며, "그러나 세상을 향해 난 가지와 이파리는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며 각기 다른 색깔과 모습의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죄에 대해서는 분명히 경고하고 권면할 수 있어야 하지만, 부드럽지만 강력한 문화의 힘으로 그 복음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번 8회에서 열린 영화인 세미나에서도 우리가 피할 수 없는 화두가 있었다. 기독교 영화라고 해서 '불륜', '술', '몸 파는 여자'가 나와선 안 되는 것인가 하는 질문이었다. 이 위원장은 "조심스럽긴 하지만, 확실한 건 그러한 소구 포인트를 통해 그것이 '죄'이며, 복음을 통해 바로 알고 치유, 회복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힘있게 전달해야 한다. 이것이 약한 영화가 많다"고 언급했다.

이번 영화인 세미나에서는 현업에서 활동하는 감독, 배우, 스텝들의 현실적이고 날 것의 이슈를 두고 첨예한 논의가 있었다. ©KCFF

또한 "이번 영화인 세미나 때 이에 대한 패널 의견이 한국파, 해외파 두 갈래로 나뉘긴 했다"며, "한국파 목사님들은 아직은 조심스럽다는 반응이었지만, 해외파 패널은 '해야 된다' 하면서 '그 소구 포인트에서 복음이 얼마나 능력 있는지 보여야 된다', '복음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만약 나중에(머지 않은 듯 하지만) 우리가 이런 현실세계의 깊은 죄에 대해 다룬 영화를 소개할 때가 온다면, 그러한 복음의 메시지가 명확히 담겨있는 작품이면서 많은 신학자들의 신학적 조언을 받아 선정하게 될 것이다"고 밝혔다.

◆문화가 지닌 '연합'의 힘

이 위원장은 현재 스포츠 사역을 하는 남편, 그리고 FCA(Fellowship of Christian Athletes)와 함께 동역하고 있다. 이전에는 몰랐던 하나님 사랑의 다음 단계를 배워가며, 서로를 통해 하나님 나라를 이뤄가시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그녀는 "영화나 스포츠는 비기독교인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분야"라며, "스포츠 선교의 대표적 장(場)인 FCA는 코치와 선수의 영향력을 통해 예수님을 전하는 곳이다. 오랜 역사 만큼, 조직으로 보면 가장 윗선부터 가장 아래 나노단위 간사들까지 견고하고 짜임새 있는 구조에서 사역을 한다. 사람이 바뀐다고 장의 성격이 바뀌면 안 된다. 무엇이든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사역을 할 수 있게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도 그러한 토대를 만드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이성혜 위원장은 누구나 사람은 문화사역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성혜

그녀는 부모님(이선일 장로, 김정미 집사)이 사역으로 희생하는 모습을 보며 자랐고 자신 또한 광야 시절을 거쳐 지금 문화사역자로서 열심히 발돋움 하고 있기에 결혼에 대한 생각이 크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5년 전 하나님의 은혜를 사모하는 마음으로 결혼을 올렸다. 그녀는 "그전에 알던 사랑의 색깔이 세 가지밖에 없었으면 남편을 만나고 열가지가 됐다"고 표현했다.

이 위원장은 "하나님이 가르쳐 주셨던 사랑의 다음 단계들을 남편을 통해 조금씩 알게 된 것 같다"며, "혼자 지내며 사역할 때 아는 사랑의 폭이 이만큼이라면, 남편을 통해, 부부의 입장에서 폭이 더 커지고, 나중에 아이를 가지면 그 폭이 또 커진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모든 사람은 주변에 영향 주는 문화사역자"

문화사역 후원기업의 굿즈에 구매로 동참하는 행복비전마켓 ©KCFF
폐회 무대를 장식한 극단 트루의 공연 ©KCFF

이 위원장은 올해 영화제를 마친 이후 영적 기류가 미묘하게 바뀐 것을 느낀다. 그녀는 사람들이 꼭 문화사역자라는 명칭을 달고 있지 않아도, 함께 복음을 나눌 수 있고 동역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그녀는 "우리 각자가 '어떤 삶을 보여주는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가'의 관점에서 문화로 복음을 전하는 한 매개체가 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녀는 "이것이 내가 꼭 설득하고 싶었던 포인트"라며, "이 시대는 꼭 문화나 영화 쪽에 있지 않아도 문화 사역자가 될 수 있다. 이 핸드폰 하나만 있으면 되듯이 말이다. 누구나 콘텐츠 만들고 누구나 소통을 하지 않나. 일반적으로 오신 분들까지도 '나도 뭔가를 해야겠다', '이렇게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셨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아직 갈 길은 멀다. 그러나 희망이 있다. 크리스천 중에 너무나 재능 있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는 이곳에서 꿈꿀 수 있는 이유만 주면 된다"면서, "저희 영화제를 그것을 위해 지금도 단계를 밟아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제8회 한국기독교영화제 현장 ©KCFF

끝으로 이 위원장은 대표로 있는 '리빔'(LIVHIM)을 비롯해 문화사역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모든 일들이 선하신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따라, 그리고 맡겨주신 사명에 따라 온전히 진행되길 원한다며 기도제목을 나누었다.

이 위원장은 "리빔은 '비즈니스 애즈 미션'(business as mission)의 마인드로 세운 것이다. 이곳을 통해 들어온 공급이 대부분 문화 사역을 위한 후원으로 흘러가고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하는 모든 것들이 하나님이 쓰시는 모양이 되었으면 한다"며, "언제든 가라하실 때나 멈추라 하실 때 즉각 반응하는 영적 민감함을 지닐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 그리고 사역 전마다 엄청난 영적 공격이 있는데 이로부터도 우리가 몸과 마음을 지킬 수 있기를 기도해 주시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한편 제9회 한국기독교영화제는 2026년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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