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의 어두운 이면을 조명한 책 언더그라운드 엠파이어 (PADO북스)가 출간되어 주목받고 있다. 이 책은 국제정치학자 헨리 패럴(존스홉킨스대 교수)과 에이브러햄 뉴먼(조지타운대 교수)이 공동 저술한 것으로, 강대국들이 어떻게 글로벌 경제와 정보망을 장악하며, 이를 정치적 지배의 수단으로 삼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패럴과 뉴먼 교수는 ‘무기화된 상호의존성’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전 세계가 공유하는 인터넷, 국제 금융망 등이 강대국의 통제 수단으로 변질됐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현대의 제국은 과거처럼 물리적 힘이 아닌, 디지털 인프라와 정보망을 통해 지배력을 행사한다고 설명한다. 책에 따르면, 이러한 시스템은 단순히 효율성과 이익을 목적으로 시작됐지만, 로마 시대 상인들이 개척한 길을 따라 군대가 행진하듯, 글로벌 시장과 정보 흐름의 인프라가 강대국의 힘을 키우는 도구로 변모했다.
언더그라운드 엠파이어는 구체적 사례로 미국의 틱톡 금지, 화웨이의 5G 설비 논란, 그리고 삼성과 TSMC의 파운드리 경쟁을 들며 이러한 현상을 설명한다. 미국은 9·11 테러 이후, 통신망과 금융 시스템을 국가적 통제 수단으로 발전시켰고, 중국 또한 이에 맞서 자국의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러한 첨단 기술·경제 문제들은 국가 간 보이지 않는 통제 경쟁을 상징한다.
칩 워의 저자 크리스 밀러(터프츠대 교수)는 이 책을 추천하며, “경제 및 기술 권력이 오늘날 어떻게 행사되는지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책”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 책이 글로벌 시스템 속에서 미국의 권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폭로하며, 국제 질서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파악하게 해준다고 전했다.
언더그라운드 엠파이어의 출간을 맡은 김동규 PADO 편집장은 “이 책은 미국만의 비정함을 고발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중국, 러시아와 같은 강대국들이 공유하는 국제 정치의 본질을 조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번역은 영문학자이자 PADO의 번역가인 박해진 씨가 맡아 독자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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