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등 역작을 남긴 19세기 세계적 문호 도스토옙스키의 대표 장편소설 〈백치〉(Idiot)를 음악극으로 만난다. 현대인에게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며 철학적 성찰을 이끈다.
음악극 「백치」는 오는 11월 27일부터 12월 8일까지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에서 나진환 대표(극단 피악)의 연출로 만날 수 있다. 철학적 사유와 음악적 감성을 결합해, 관객들에게 감각적 경험과 깊은 영혼의 성찰을 제시한다.
〈백치〉는 도스토옙스키가 가장 아끼고 사랑한 소설문학이다. 신과 인간, 파멸과 구원 등의 철학적 사상을 담고 있는 이 작품은 황금 송아지가 다스리는 것 같은 세속적인 페테르부르크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은 마치 예수 그리스도를 닮은 것처럼 완벽한 정신적 미와 순수함을 소유한 인물 '미시킨 공작'이다.
소설은 물질만능주의로 타락한 세상에 홀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자는 결국 '백치'가 되어버린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원작이 19세기에 쓰였지만 이기주의와 물질주의가 만연해 가는 21세기 현대에도 철학적 교훈이 될 수 있는 이유이다.
원작은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는 명언을 남겼음에도 비극적 결말로 마무리된다. 그러나 음악극 「백치」는 결국 '미'가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는 명제가 옳다는 것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이다.
나진환 대표(성결대 연극영화관 교수)는 "도스토옙스키의 4대 장편 중 가장 어려운 작품은 바로 '백치'이다"며, "소설은 복잡한 인물들의 각기 다른 내면들이 서로 충돌하면서 다양한 역설적 심리들을 드러내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의 난제 중 난제는 예수의 화신(化身)으로 그려지는 미쉬킨 공작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이다. 또한 구원의 가능성이 철저하게 파괴된 것처럼 보이는 이 작품의 줄거리를 통해서 '그럼에도 아름다움이 구원이 될 수 있다'라는 명제를 어떻게 관객에게 설득할 것인가라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에는 「단테 신곡」의 단테, 「햄릿, 걷는 인간」의 햄릿 등 다수의 작품을 연기한 한윤춘 배우가 '미쉬킨 공작'으로 등장한다. 또한 스타니슬랍스키 엘렉트로 극장 출신의 배우 아나스타샤 크세노폰토바가 극중 '나스타샤' 역할로 출연한다. 아나스타샤는 극중 러시아어로 대사하며 무대에는 한국어 자막을 제공한다.
그리고 매체와 무대를 오가는 박근수 배우를 비롯해 차세대 스타 장다연, 이강준, 나진희 등이 함께 연기, 노래, 춤을 무대에 올린다.
한편 극단 피악의 '인문학적 성찰시리즈 XVIII' 음악극 「백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창작주체 지원작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