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동 지역의 긴장 확산과 북한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등으로 지정학적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내년 미국 대선과 일본 자민당의 과반 실패 가능성 등 국제 정세의 불안 요인이 증가하며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내년 한국 경제는 점진적으로 내수 부진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 성장률 둔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지속되는 경기 부진과 내수 회복 한계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9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全)산업 생산은 전월 대비 0.3% 감소했다.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도 같은 기간 0.4% 줄어들며 내수 회복세가 더디게 이어지고 있다. 특히, 고물가 상황과 맞물려 소비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건설업 부진도 이어지며 경제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는 현재 경제 성장률 전망을 재검토하고 있다. 김귀범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미국 대선과 중동사태 등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기 하방 압력이 증가하고 있다"며, "당초 성장률 전망 수치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올해가 두 달 남은 시점에서 예상보다 더딘 경기 회복과 함께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내년 경제 전망에 우려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수출 구조의 한계… 반도체 의존과 중국 추격
전문가들은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이 2% 안팎에 그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특히 반도체와 자동차에 지나치게 집중된 수출 구조는 성장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반도체 부문이 높은 성장 기여도를 보이지만 완전한 회복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내년 수출 전망이 낙관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이동진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부교수도 "반도체 외 비(非)반도체 부문 수출 회복이 없으면 수출로 안정적인 성장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이 한국의 수출 경쟁력을 추월하고 있어 앞으로 수출에서 불안정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내년 미국 대선 결과가 글로벌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석좌교수는 미국 대선 결과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언급하며 "해리스가 당선되면 협력과 갈등이 혼재된 시기가 올 것이고,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더욱 변동성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한국의 대외 경제 활동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내수 회복과 정부의 역할 강조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전문가들은 내수 회복 없이는 경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권희진 KB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는 건설투자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나, 민간 소비와 설비 투자 등의 회복이 내수를 개선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내수 회복세가 경기 확장세를 이끌 만큼 강하지는 못해 성장률이 1.9%로 둔화할 전망"이라고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긴축재정이 내수 회복을 지연시키고 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류덕현 교수는 "국제 경제 질서가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경제적 이익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산업과 기업,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식 교수는 기획재정부가 재정 지출을 줄이는 방침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정책 수단이 제한된다고 지적하며 "재정 건전성만을 우선시하는 정책은 내수 침체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긴축재정은 내수 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내년 경제성장률은 2%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근 교수는 각국의 보호주의 정책으로 기업이 예측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며 "한국 정부도 한국 기업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기업과 정부 간의 대화를 통해 국민의 삶을 개선하고, 가치사슬 공급망을 국내에서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