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22대 총선에서의 패배 원인과 책임을 분석한 총선 백서를 28일 발표했다. 백서는 불안정한 당정 관계, 전략 부재 등을 주요 요인으로 꼽으며, 윤석열 대통령의 리더십 리스크와 당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이조심판론'이 총선 패배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백서는 '22대 총선 패배 원인 분석'을 시작으로 6대 개혁 과제 제안, 공천·공약·조직·홍보·전략·여의도연구원·당정 관계 등의 항목별 평가 분석, 지역 출마자와 청년 간담회 여론 분석을 순차적으로 담고 있다. 주요 패배 원인으로는 ▲불안정한 당정 관계 ▲미완성의 시스템 공천 ▲효과적 전략 부재 ▲홍보 콘텐츠 부족 ▲당의 철학과 비전 부재 ▲역할을 다하지 못한 여의도연구원 등이 제시되었다.
백서는 '불안정한 당정 관계'의 경우 낮은 국정 운영 평가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점, 주요 이슈에 대한 소극적 대응, 당정 간의 엇박자로 인한 혼란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이번 총선은 집권 2년 차 여당으로서 정부의 국정 운영 평가에 큰 영향을 받았다"며,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논란, 시민사회수석 발언, 의대 정원 정책 등 연이은 이슈가 정권 심판론을 부추겼으나 당이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총선 과정에서 당이 정부 기조에 따르는 모습을 보이며 당정 간 생산적인 긴장감이 부족했다는 점도 지적되었다. 백서의 설문조사 결과, '선거기간 중 정부의 상황 대응 및 정책 방향에 만족하는가'에 대한 응답이 2.11점에 그쳤다. 의대 정원 정책 관련, 당 지도부가 대통령실에 모든 의제를 열어두고 대화할 것을 제안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후 민심 악화로 인해 선거운동에도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도 포함되었다.
백서는 대표적인 공약 불협화음 사례로 '경기-서울 편입' 정책을 들었다. 당과 지역구 후보들은 서울 편입을 주장했으나 대통령은 용인 특례시 권한 강화 메시지를 발표해 당정 간 의견 차이를 드러냈고, 이에 따른 혼란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미완성의 시스템 공천과 공천 갈등
공천 과정에서는 시스템 공천의 미비와 국민추천제 졸속 추진, 공천 과정의 절차적 문제점 등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사무총장조차 시스템 공천을 "반쪽짜리"로 평가했으며, 공관위의 비례대표 심사 자료가 지도부와 공유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는 절차적 문제도 노출되었다. 또한, 비례대표 후보 배정에서 취약 지역 안배 실패와 직능 단체 지지 부재 등 확장성 부족이 한계로 꼽혔다.
◈효과적인 전략과 공약 부재
백서는 집권 여당의 승부수 전략이 부재했던 점을 강조했다. 선거 초반 국민택배 컨셉으로 공약을 홍보했으나, 이후 조국혁신당 등장에 따른 이조심판론과 개헌저지선 확보 읍소 전략으로 일관성이 부족해졌다는 분석이다. 또한, 경제 상황 악화 속에서도 집권 여당으로서의 민생 드라이브를 걸지 못해 국민적 신뢰를 얻는 데 실패했고, 이에 따라 총선이 정권 심판론으로 치러지게 되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조심판론과 국회 세종시 이전, 메가시티 등 주요 공약들이 선거운동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민주당의 전국민 25만 원 공약에 맞설 유효한 공약이 부재했고, 부동산, 교통, 교육 등 사회개혁 의제를 선점하는 데 미흡했던 점도 지적되었다.
백서는 정부의 R&D 예산 삭감과 의대 정원 정책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갈등만 조성했다고 분석했다. 메가시티와 국회 세종시 이전 공약 역시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남기며 "양치기 소년"처럼 비춰진 점이 문제로 거론되었다.
◈당의 철학과 비전 부재
백서는 '당의 철학과 비전, 연속성 부재'에서 국민의힘의 존재 이유에 대한 설득력 부족과 비정상적 운영을 패배 원인으로 들었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비대위 체제로 인해 지도부 교체가 잦아 정책의 연속성이 약화되었고, 선대본부의 기민한 대응이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비판이 포함되었다.
◈국민의힘의 6대 개혁 과제
백서는 ▲당의 정체성 확립 및 대중적 지지 기반 공고화 ▲미래 지향형 조직 개편 ▲빅데이터 기반 정책 및 홍보 강화 ▲공천 시스템 조기 구축 ▲취약 지역과 청년 배려 기준 마련 ▲비전을 가진 싱크탱크 강화 등 6대 개혁 과제를 제시했다.
총선백서특위 조정훈 위원장은 "총선 참패에 대한 분석이 아프지만 필요했다"며, "특히 불안정한 당정 관계가 문제였다"고 언급했다. 조 위원장은 국회의원 선거는 당이 치르는 것이지만, 집권 여당으로서 정부 국정 운영에 큰 영향을 받은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하며 말을 아꼈다.
지난 총선 패배 이후 구성된 총선백서특위는 당초 6월 말에서 7월 초 백서 발간을 목표로 했으나, 7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시점 논란이 일면서 이번 10월로 공개가 연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