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경찰 최고 책임자인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는 2022년 10월 29일 발생한 참사 이후 719일 만의 법적 판단이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는 김광호 전 청장의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류미진 당시 서울경찰청 112상황관리관(총경)과 정모 전 112상황3팀장(경정)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국가 기능이 사회적 재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점에 아쉬움과 유감을 표한다"고 말하면서도, "사건 혐의 성립은 피고인 개개인의 형사 책임을 따질 수밖에 없다"며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들의 업무상 과실과 사고 발생의 인과관계가 명확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김광호 전 청장이 대규모 압사 사고를 예견하지 못했으며, 사고 당시 서울청 산하 경찰서장과 간부들에게 철저한 대비를 당부했다는 주장을 받아들였다. 김 전 청장은 용산경찰서가 제공한 정보에 의존해 상황을 파악할 수밖에 없었고, 대규모 인파 사고를 구체적으로 예견할 수 없었다는 점이 인정됐다.
검찰 측이 주장한 추상적인 지시로 인해 피해가 커졌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김 전 청장의 지시가 당시 상황에서 인식한 위험성에 비춰보면 현저히 부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사고 발생 이후 김 전 청장이 가용 경력을 보내도록 지시한 점을 고려해 업무상 과실로 사고를 확대시켰다는 지적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류미진 총경에 대해서는 사고 당시 112 상황실에 있지 않아 업무상 과실이 인정되었으나,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사고와의 인과관계를 증명하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정모 경정에 대해서도 112 신고 대응 방식에 대한 추가 교육이 불필요했으며, 상황에 비춰볼 때 비합리적으로 대응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다.
앞서 검찰은 김 전 청장에게 금고 5년, 류 총경과 정 경정에게 각각 금고 3년, 2년 6개월을 구형했으나, 이번 판결에서 모두 무죄가 나왔다.
김광호 전 청장은 2022년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인파 사고 위험을 예견했음에도 적절한 경찰력을 배치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며, 당일 류 총경과 정 경정은 112 신고를 늦게 보고해 참사 규모를 키운 혐의로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