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에서 수익성이 높은 진료과목으로의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필수의료 분야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정형외과와 같은 인기 진료과목은 크게 늘어난 반면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과목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7월 기준, 전국의 의원급 정형외과는 2645개소로 2019년 대비 472개소가 증가했다. 성형외과도 같은 기간 172개가 늘어 1183개소에 달했으며, 안과는 114개소 증가한 1742개소를 기록했다. 이비인후과 역시 204개소 늘어 2729개소에 이르렀다.
반면 필수의료 과목으로 분류되는 진료과목들의 증가세는 미미하거나 오히려 감소했다. 일반외과는 66개소 증가에 그쳤고, 흉부외과는 5년 동안 단 9개소만 늘어났다. 특히 소아청소년과는 46개소가 줄어 2182개소로 감소했다.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전년 대비 3.1%, 2.0% 감소했으며, 이후 소폭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그 폭은 0.8~1.3%에 불과해 다른 과에 비해 현저히 둔화된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현상의 주된 원인으로는 진료과목 간 수익성 격차가 지목되고 있다. 올해 1~7월 기준 급여매출액을 살펴보면, 안과는 의원 한 곳당 평균 8억5600만원, 정형외과는 6억7700만원의 수익을 올린 반면, 소아청소년과는 2억8400만원, 일반외과는 4억6700만원, 흉부외과는 4억원에 그쳤다.
더욱이 성형외과와 같은 일부 과목은 비급여 항목이 대부분을 차지해 실제 수익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비급여 항목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병원에서 가격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어, 급여 항목이 많은 진료과목보다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김미애 의원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현재의 필수의료위기는 불공정한 의료 생태계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급여 위주의 개원가, 미용 의료분야에 비해 보상이 적고, 비급여 시장 확대로 인해 그 격차가 벌어지고 있어 필수의료 기피, 개원 쏠림 등 인력 이탈이 심화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젊은 의사들이 필수의료 분야에 비전을 가질 수 있도록 필수의료에 대한 공정하고 충분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 개혁, 구조개혁을 완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 한 관계자도 "이러한 진료과목 간 불균형은 단순히 의료계 내부의 문제를 넘어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이라고 지적하고, "필수의료 분야의 공백은 결국 국민들의 의료 접근성 저하와 의료 서비스 질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정부와 의료계는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하고 필수의료 분야의 매력도를 높일 수 있는 제도적 개선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