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청소년 노진해(16)양이 북한의 열악한 생활상과 여성 인권 실태를 생생하게 증언했다. 10일 통일부가 '세계 여아의 날'을 맞아 서울 종로구 남북관계관리단에서 개최한 간담회에서다.
2019년 한국에 정착한 노양은 북한에서 상대적으로 나은 생활을 했음에도 기본적인 생활조차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우리 집은 잘 사는 편이었는데도 물 한 번 떠오면 그것으로 온 가족이 씻어야 했다"며 위생 상태의 열악함을 전했다.
학교생활의 부조리도 드러냈다. 학교 시설 보수와 청소 등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강제로 걷었다는 것이다. 특히 김일성 생일인 '태양절'과 김정일 생일인 '광명성절'에는 추운 날씨에도 동상을 닦고 꽃을 바쳐야 했으며, 이때 필요한 꽃도 개인이 구매해야 했다고 증언했다.
동행한 어머니 우영복(54)씨는 북한 여성들의 가혹한 현실을 전했다. 북한의 공장들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상황에서 남성들은 무보수로 직장 출근을 강요받는 반면, 여성들은 장마당 장사로 가계를 책임지면서 동시에 가사와 육아까지 도맡아야 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우씨는 북한의 가부장적 문화를 지적하며 "남존여비 사상 속에서 남자들의 여성 폭력이 만연해 있다"고 밝혔다. 남성이 육아에 참여하는 것조차 수치스럽게 여기는 사회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한국 생활이 전반적으로 나아졌지만, 새로운 어려움도 있다. 노양은 탈북민이라는 사실이 알려질까 늘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과거 친구에게 탈북민임을 밝혔다가 이를 소문내겠다는 협박을 받은 아픈 경험도 공개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김수경 통일부 차관은 "통일부는 탈북 여아들의 꿈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한편, 북한 여아들의 현실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이번 간담회에 참석한 노양과 우씨 모녀의 탈북 과정은 다큐멘터리 영화 '비욘드 유토피아'를 통해 이미 공개된 바 있다. 이들의 증언은 북한 여성과 소녀들이 겪고 있는 인권 침해와 차별의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중요한 기록으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