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공공부문 계정(잠정)'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공공부문 수지가 46조4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 58조7000억원 적자에 비해 적자 폭이 줄어든 수치지만, 여전히 4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공공부문 수지는 2019년 14조8000억원의 흑자를 보였으나, 2020년 59조1000억원의 적자로 전환된 이후 지속적인 적자를 보이고 있다. 이는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인 2008년부터 2013년까지 6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이후 최장기간 적자 기록이다.
지난해 공공부문 총수입은 1106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조5000억원 감소했다. 주요 원인으로는 기업 실적 부진에 따른 법인세 등 조세수입 감소가 지목됐다. 반면 총지출은 1153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3조8000억원 감소했다. 이는 민간 지원금 등 일반정부의 경상이전과 공기업의 중간소비 감소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일반 정부는 17조원의 적자를 기록해 전년도 2000억원 적자보다 적자폭이 확대됐다. 소상공인 재난지원금과 코로나19 관련 지출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법인세 등 조세수입 감소가 영향을 미쳤다.
비금융공기업의 경우, 40조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나 이는 전년도 66조4000억원 적자에 비해 적자폭이 크게 줄어든 수치다. 한국전력공사와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이 포함된 이 부문은 원자재 가격 하락과 부동산 경기 위축에 따른 개발사업 부진 등으로 지출이 감소했다.
반면 금융공기업 수지는 10조5000억원의 흑자를 기록해 전년도 7조8000억원 흑자보다 흑자 폭이 확대됐다. 이는 대출금 이자 등 재산소득 수취 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국제 비교에서 우리나라의 일반정부 수지는 명목GDP 대비 -0.7% 수준으로, OECD 회원국 평균(-4.8%)과 유로지역(-3.5%)보다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8.0%), 영국(-5.4%), 일본(-3.9%)보다는 높은 수준이며, 호주(-0.8%)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한국은행 박창현 경제통계국 지출국민소득팀장은 "4년간의 연속 적자는 주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일반정부의 총지출 증가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공기업의 총지출 증가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해의 경우 대내외 경제 여건 악화로 인한 기업 실적 부진과 부동산 시장 위축이 조세 수입 감소로 이어져 적자의 주요 원인이 되었다"고 덧붙였다.
박 팀장은 코로나19 대응과 관련된 지출은 지난해로 마무리되었을 것으로 전망하며, 향후 공공부문 수지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