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법 개정 후… “기독사학 정관 무력화 위기”

사회
교육·학술·종교
노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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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대·조정훈 의원실·사학미션 등 23일 ‘교육미션포럼’ 개최
포럼이 열리는 모습. ©노형구 기자

명지대학교(총장 유병진) 교육미션센터 설립을 기념한 ‘교육미션포럼’이 23일 서울 명지대 인문캠퍼스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지속가능한 교육의 비전과 해결과제’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는 명지대와 조정훈 국회의원실,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 글로벌선진학교가 주최했다.

명지대가 설립한 교육미션센터는 기독교 학교의 건학이념을 구현할 법적·제도적 토대를 연구하는 기관이다. 이 기관은 기독 인재를 양성하는 다앙한 교육 프로그램 및 기독 교사들을 위한 연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운영할 예정이다.

유병진 명지대 총장은 “교육미션센터는 대한민국 모든 기독교 교육기관을 섬기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기독교 학교의 건학이념을 수호할 법적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우리 삶의 현장에 기독교적 사랑을 실천할 인재를 기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기념예배에서 ‘기독교 사학을 지켜야 하는 이유’(잠언 22장 6절)라는 제목으로 설교한 김동호 목사(에스겔선교회)는 “한국의 근대 교육은 선교사들이 세운 학교에서 시작했다. 그들의 선견지명 때문에 한국은 교육 국가가 됐고 이를 디딤돌 삼아 선진 국가가 됐다”며 “그러나 현재 교육은 무너지고 있다. 원인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 교육 당국의 지나친 통제”라고 했다.

이어 “사회주의처럼 지나치게 통제하고 관리하는 경향이 대두되면서 한국 교육이 죽어가고 있다”며 “노자에 따르면 백성들에게 자율성을 보장해서 왕이 있는 줄 모르는 왕이 최상의 왕인데, 이러한 최상의 왕이 바로 하나님이시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교육시스템은 자율성을 중시하는 하나님의 통치 방식을 무시하고 있다. 통제를 가하며 자율성을 죽이는 현재 한국 교육은 북한을 닮아가고 있다”고 했다.

또한 “무엇을 가르치느냐도 중요하다. 한국 교육의 문제는 마땅히 행할 길을 자녀들에게 가르치고 있지 않다는 것”이라며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은 장학재단을 출범시키면서 1만 명을 살릴 수 있는 인재를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교육은 마땅히 행할 길을 가르치지 않아, 공부만 잘하는 아이들이 많아졌다. 그 결과 이들이 1만 명을 먹여 살리기보단 1만 명을 잡아먹을 수 있는 형국이 돼 버렸다”고 했다.

김동호 목사©노형구 기자

이어진 2부 2024 교육미션포럼에서 기조발언을 한 함승수 교수(명지대 교육미션센터장)는 “기독교학교의 위기는 사립학교의 위기다. 왜냐면 사립학교 대부분을 기독교학교가 차지하기 때문”이라며 “미션스쿨이 복음화라는 성경의 지상명령을 이루기 위해 세워진 학교라면, 기독교학교는 미션스쿨을 넘어 비기독교인 학생들도 기독교세계관을 함양한 인재로 길러내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고 했다.

이어 “기독교학교가 건학이념에 입각한 교육을 실현하려면 첫째 교육과정 편성권, 둘째 학생 선발권, 셋째 교원임용권, 넷째 법인구성권, 다섯째 등록금책정권의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그러나 1974년 평준화 정책으로 교육과정 책정권과 등록금책정권, 2005년 사학법 개정으로 개방이사제도가 의무화되면서 법인구성권, 2021년 사학법 개정으로 교원임용권이 제한됐다”고 했다.

특히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사학법 개정안으로 인해 개방 이사 정원이 2분의 1로 증원되면서, 기독교 사학의 정관이 비기독교화로 무력화될 위기에 처했다. 가령 개방 이사진의 횡포로 기독사학인 안양대가 대순진리회에 인수된 사건이 대표적”이라며 “특히 사립학교법 개정안으로 인해 현재 기독 사학 교원의 약 70%는 비기독교인 교사로 채워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현행 개정 사립학교법은 ▲교원 임용시 시도교육청에 필기시험 강제 위탁 ▲개방이사 정원을 기존 4분의 1에서 2분의 1로 확대 ▲학교의 장 임용 시 대학평의원회(학교운영위) 추천 인사 중 임용 등을 담고 있다. 이는 기독사학의 건학이념 구현에 제약을 가하는 법안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편, 대안학교에 대한 논의도 나왔다. 함승수 교수는 “대안학교는 국가 중심의 획일적인 공교육 체계에 자율적 교육을 구현하기 위한 저항의 역사였다”며 “현재 한국의 대안학교는 대부분 비인가로 당국의 인가 기준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인가를 거부하고 있다. 왜냐면 당국의 인가를 받게 되면 실질적인 혜택에 비해 교육과정 편성 등에서 국가의 통제를 강하게 받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대안학교는 무엇보다 높은 수익자 부담 원칙으로 재정적 문제를 겪고 있다”며 “이로 인해 학부모의 교육 선택권이 제한받고, 대안교육이 필요한 계층이 오히려 소외받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했다.

현행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시행령에 따르면, 인가형 사립 대안학교는 지방 교육재정교부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교육 당국의 재정지원을 받는 공립 대안학교와 달리 인가형 사립 대안학교는 인건비·운영비·시설비 등 국가의 재정지원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함승수 교수. ©노형구 기자

함 교수는 “대안학교 입장에선 세입의 대부분을 인건비 지출로 사용해 정작 대안학교의 핵심인 교육활동에 상대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며 “교사의 지속성과 교육의 질적 향상도 보장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안학교에 대한 국가 차원의 안정적 재정지원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학부모의 교육 선택권을 보장하는 교육 바우처제도를 제안한다”며 “이는 국가가 교육재정을 학교에 직접 지급하는 방식이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에게 적합한 학교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재정을 지원하는 제도”라고 했다.

2006년 한국교육개발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교육 바우처 제도는 학부모에게 세금의 일부인 공적 자금을 제공해 자녀들을 원하는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한다. 학생과 학부모는 학교 선택권을 부여받아 공립학교나 사립학교 중 원하는 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데, 이때 수업료의 전부 혹인 일부의 재원을 국가가 제공한다.

함 교수는 “이 제도는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교육 선택의 폭을 넓히고 학교들 간 경쟁과 혁신을 촉진해 교육의 질을 향상시킨다”며 “또 학교들이 특정 교육 철학이나 이념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해 다양한 교육모델이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진 대담에서 이시효 박사(숭실대)는 “정교분리 정책으로 인해 기독교 학교에 대한 국가의 예산편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은 옳지 않다”며 “2002년 연방대법원은 오하이오주 학부모들의 기독교 대안학교를 선택할 권리를 긍정하면서, 바우처 제도는 정교분리에 위배 되지 않다고 합헌으로 판결했다”고 했다.

이어 “기독대안학교 등이 국가의 재정지원을 받게 되면 교육과정 편성에서 자율성을 침해받는 형국이 벌어진다”며 “바우처 제도는 이러한 대립 구도를 벗어나게 해주는 좋은 대안”이라고 했다.

기독대안학교 글로벌선진학교에 취학 중인 자녀를 둔 학부모 이상희 씨는 “제가 겪었던 서열 위주 및 획일적 교육과 함께, 학생 인권이라는 명목으로 성정체성에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교육을 부모로서 용납할 수 없기에, 기독교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는 교육을 자녀들에게 시키고 있다”며 “자녀들이 대안학교에 다니면서 사회성 훈련 등 탁월한 교육을 받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재정적 어려움이 있다. 대안학교는 국가의 재정지원을 받지 않아, 경비는 부모가 도맡아야 한다. 이런 점이 보완되길 바란다”고 했다.

대담에 참석한 조정훈 국회의원은 “당국의 교육과정에 대한 간섭 없이 일반 대안학교에 예산을 지원하는 법안을 마련했고, 이는 곧 시행될 예정”이라며 “특히 사학법 개정안에 따라 기독 사학들이 기독교 신앙을 지닌 교원을 뽑지 못하는 상황을 원래대로 정상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

조정훈 의원. ©노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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