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도박 경험, 중·고등학생 시기부터 시작… 불법 자금 마련 사례도 발생

청소년 중 10명 중 7명은 중·고등학생 시기에 도박을 시작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들은 주로 친구나 지인의 권유로 도박을 시작했으며, 일부는 금품 갈취나 불법적인 중고거래 사기 등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는 것으로 밝혀져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서울경찰청과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가 약 3개월간 온라인 설문을 통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1만685명의 학생 중 도박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청소년의 72%가 중·고등학교 시절에 도박을 처음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 결과는 12일 공개되었으며, 특히 불법 온라인 도박을 경험한 청소년은 전체 응답자의 1.5%인 157명에 달했다. 친구나 지인이 도박하는 모습을 목격한 청소년은 10%로, 경험한 학생보다 목격한 학생이 10배 더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도박을 시작하게 된 이유로는 32%가 '친구나 지인의 권유'를 꼽았다. 도박 자금과 관련된 조사에서는 57%가 '용돈 또는 부모님의 빚 변제'를 이용한다고 응답했으나, 일부 청소년은 금품 갈취나 중고거래 사기와 같은 불법적인 방법으로 자금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특히 4%의 청소년은 이러한 불법적인 수단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하는 온라인 도박 종류는 55%가 '바카라 등 온라인 불법 카지노'를 꼽았으며, 그 외에도 '온라인 즉석 게임(9%)', '불법 스포츠 토토(8%)', '홀덤 등 카드 게임(8%)' 등이 이어졌다. 도박을 지속하는 이유로는 '용돈을 벌기 위해(40%)'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그 외에도 '돈을 따는 쾌감(18%)'과 '주위 친구들의 영향(8%)'이 도박을 이어가는 주요 요인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청소년 도박 중독의 치유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또래 문화의 개선도 시급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청소년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는 '대리입금'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리입금을 직접 경험한 청소년은 65명에 불과했지만, 목격자는 236명으로 집계되어 대리입금이 암암리에 퍼지고 있는 실태를 보여주고 있다. 대리입금을 경험한 이들 중 37%는 '지각비나 수고비 등의 한도를 초과하는 이자 요구'를 받았으며, 12%는 돈을 갚지 못해 폭행이나 협박 등 불법 추심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대리입금 피해를 경찰에 신고한 비율은 32%에 그쳤고, 불법 사금융 신고 채널(1332)을 알지 못하는 청소년은 79%에 달해 청소년 대상의 사금융 관련 교육이 절실한 상황이다.

서울경찰청은 청소년 도박과 대리입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실질적인 예방 교육과 중독 치유 활동을 강화할 방침이다. 경찰은 중·고등학교 남학생을 맞춤형 예방 교육 대상으로 선정해 도박 예방 교육을 집중적으로 시행하고, 대리입금과 같은 불법 금융 행위에 대해서도 청소년들이 대응할 수 있도록 관련 기관에 신고하는 방법을 교육할 계획이다.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청소년 도박 및 대리입금 문제는 청소년과 그 가정을 파괴할 수 있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라고 강조하며, 서울시 교육청 및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과 협력해 청소년 도박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 대응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도박의 위험성과 폐해를 적극 알리고, 잘못된 또래 문화를 개선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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