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정원을 대폭 증원한 정부가 의학 교육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2030년까지 약 5조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 막대한 자금은 의대 강의실, 실험실, 실습실을 비롯한 교육 환경을 확충하고, 국립대 의대 전임교원 1000여 명을 추가로 확보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10일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의학교육 여건 개선을 위한 투자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의대 교수와 병원 관계자 등 다양한 의학교육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수립된 것으로, 정부는 이를 통해 의료 인재 양성의 기틀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5조 원 규모의 대대적 투자, 국립대 의대 시설 대폭 확충
교육부에 따르면, 5조 원이라는 금액은 교육부 예산 2조 원과 보건복지부 예산 3조 원을 포함한 추정액으로,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투입될 예정이다. 다만 이 계획은 향후 상황에 따라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2024년에는 보다 구체적인 예산이 책정된 상태다. 교육부는 6062억 원을, 보건복지부는 5579억 원을 각각 투입해 의학교육 환경 개선을 진행한다. 교육부 예산은 주로 사립의대의 교육 환경을 개선하고, 국립대 의대 교수 인건비 지원과 시설 확충에 사용될 예정이다.
오 차관은 "교육 여건을 빠르게 개선하기 위해 학생 교육 공간을 우선 확충하겠다"며 "기존 시설을 리모델링하거나 건물을 신축하는 방식으로 강의실, 실험·실습실 등 기본 교육시설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긴 시간이 소요되는 공사는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및 설계·시공 일괄입찰 방식(턴키)을 활용해 신속하게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디지털 기술 접목…AI, VR 등 첨단 의학교육 도입
정부는 또한 의학교육의 디지털화를 추진하기 위해 AI(인공지능),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등 첨단 교육 기자재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의과대학들이 학생들에게 보다 미래 지향적인 교육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교육부는 실험·실습 기자재를 단계적으로 확보하고, 첨단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의학교육 환경을 조성해 학생들의 실습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대학병원 R&D 역량 강화…약 2500억 원 투입
교육 환경뿐만 아니라 연구개발(R&D) 역량도 대폭 강화된다. 교육부는 국립대병원 교육·연구공간 확충을 위해 내년에만 829억 원을 지원하며, 보건복지부는 지역·필수의료 연구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1678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즉, 내년에만 약 2507억 원이 대학병원 R&D 분야에 투자된다.
복지부는 이와 함께 '한국형 ARPA-H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하며 보건 연구개발에 701억 원을 집중 투자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는 팬데믹, 초고령화 사회, 필수의료 위기 등 국가가 직면한 보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적인 R&D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의대 교육 혁신을 위한 별도 예산 지원… 총 551억 원 책정
정부는 또한 의대 교육 과정의 획일화를 타파하고, 각 대학이 독창적인 교육 모델을 설계하도록 지원하기 위해 551억 5000만 원의 별도 예산을 마련했다. 각 대학은 학교의 강점, 지역의 여건, 학생 수요 등을 고려해 교육 혁신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지자체와 협력하여 제출하면 교육부가 심사 후 재정 지원 규모를 차등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교육부는 이러한 교육 혁신이 의대마다 특성화된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캐나다 노던 온타리오 의대가 진행하는 '지역사회 의료' 교육이나, 미국 제퍼슨 의대의 '소도시 가정의학과 실습'을 예시로 들며, 각 대학이 지역사회와 공존하는 교육 모델을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투자를 통해 2030년까지 의학교육 인프라를 대폭 확충하고, 의료 인력 양성 체계를 강화함으로써, 지역 의료 격차를 해소하고 필수 의료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데 기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