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16일, 서울시민들은 새로운 교육감을 선출하게 된다. 이번 보궐선거는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의 직위 상실 이후 50일 만에 치러지는 것으로, 13조 원에 달하는 예산과 81만 명이 넘는 학생들의 교육을 책임질 중요한 자리를 뽑는 선거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정작 교육 정책에 대한 논의보다는 정치적 대립이 두드러지고 있다. 현재 출마를 선언한 예비후보는 진보 성향 9명, 보수 성향 6명으로, 각 진영은 '혁신 교육 승계'와 '교육 정책 바로 세우기'를 주장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일부 후보들의 발언은 교육감 선거의 본질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곽노현 전 교육감은 이번 선거를 "윤석열 정권에 대한 탄핵으로 가는 중간 심판 선거"라고 언급하며, 교육 자치라는 교육감 직선제의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선거 비용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서울시의회 정지웅 의원에 따르면, 이번 보궐선거에 들어가는 비용은 약 6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480억 원은 선거관리비용으로 서울시교육청이 부담해야 하며, 100억 원 정도는 출마 보전비용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육감 선거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시도지사와 교육감이 함께 출마하는 '러닝메이트제' 도입을 제안했다. 오 시장은 이를 통해 시도지사와 교육감 간의 협력을 강화하고 행정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이전에 러닝메이트제 도입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광주교대 박남기 교수는 러닝메이트제가 교육 자치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러닝메이트제가 도입되면 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예산이 크게 줄게 된다"며, "교육정책이 극단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교육계 관계자는 러닝메이트제의 위헌적 요소를 지적하며,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신 그는 후보자를 더 잘 알릴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한편, 교육감 선거의 투표 연령을 낮춰 중·고교생에게도 투표권을 주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남기 교수는 "교육정책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중·고교생들이 직접 정책을 비교해 교육감을 뽑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한 교육계 관계자도 "이번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를 둘러싼 논란은 현행 교육감 선거 제도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하고, "앞으로 교육 정책 중심의 선거 문화 정착과 함께, 교육의 자주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면서도 효율적인 교육 행정을 이룰 수 있는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