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고 진료보조(PA)간호사의 의료행위에 법적 근거를 마련한 '간호법'이 19년 만에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간호법은 내년 6월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PA간호사 의료행위 합법화… 의료계 우려와 기대 교차
PA간호사의 의료행위가 간호법을 통해 합법화되면서 간호계는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기존 의료법에는 의사와 간호사만 존재했으며, PA간호사는 법적 지위가 없는 상태에서 의료행위를 해왔다. 이러한 상태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법적으로 보호받기 어려웠다. PA간호사는 주로 전공의 부족으로 인한 기피과에서 의사 대신 봉합, 절개, 처방 등의 업무를 담당해왔다.
그러나 간호법이 통과되었음에도 PA간호사 업무 범위와 관련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PA간호사의 업무 범위와 간호 인력 기준, 교육 수련 등이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고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되어 있어 현장 혼란이 우려된다. 간호사들은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의료사고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박민숙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기관 삽관과 같은 고난이도 의료행위는 전공의 1~2년 차도 어렵게 수행하는 시술이다"며 "이런 행위들이 PA간호사의 업무에 포함된다면 간호사와 환자 모두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간호 인력 기준 문제도 해결 과제
간호 인력 기준을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한 것도 논란거리다. 간호사 1인당 환자 수의 기준이 마련되지 않으면 간호 인력 부족 문제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학 교수는 "국내 병원의 절반이 간호 인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현행 기준이 의료기술의 발전과 환자 중증도의 증가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기준을 법률로 규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를 5명으로, 호주는 4명, 일본은 7명으로 정해두고 있으며, 이러한 기준 도입 후 환자 사망률 감소와 간호 인력 이직률 감소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간호조무사 시험 자격 논란
간호법 통과 과정에서 간호조무사 시험 응시자격에 대한 논란도 불거졌다. 간호조무사 시험 자격이 고졸 학력으로 제한된 현행 제도가 그대로 유지된 것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간호법에서 간호조무사를 배제한 것에 반발하며, "고졸·학원출신이라는 낙인을 벗고자 했던 간호조무사를 배제한 간호법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간호법 시행 전, PA간호사 업무 범위 확정이 과제
보건의료노조는 간호법 시행 전에 PA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민숙 부위원장은 "내년 6월 시행 전까지 국회, 정부, PA간호사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합의 가능한 시행령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PA간호사들의 업무가 환자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구체적인 업무 범위와 교육, 수련 기준이 확립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장 병원 관계자도 "간호법이 국회를 통과하며 PA간호사의 법적 지위가 마련된 것은 분명 긍정적인 진전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시행을 위해선 PA간호사의 업무 범위와 간호 인력 기준 등 아직 풀리지 않은 숙제들이 남아있다"고 이야기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