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의 상속권을 제한하는 일명 ‘구하라법(민법 개정안)’이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구하라법은 고(故) 구하라씨 사건 이후 양육에 기여하지 않은 친부모가 자녀의 사망 후 보상금을 요구하면서 논란이 된 것을 계기로 발의된 법안으로, 약 6년 만에 여야 합의로 처리되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구하라법을 포함한 민생 법안들을 표결에 부쳐, 재석 286명 중 찬성 284명, 기권 2명으로 법안을 가결했다. 구하라법은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의 상속권을 배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며, 자녀에 대한 최소한의 양육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가 상속을 요구하는 행태를 막기 위해 마련됐다.
◈PA 간호사 역할 법제화한 ‘간호법’ 통과
같은 날 국회는 PA(진료지원) 간호사의 역할을 법적으로 명문화한 '간호법 제정안'도 통과시켰다. 재석 290명 중 찬성 283명, 반대 2명, 기권 5명으로 가결된 이 법안은 PA 간호사의 의료 행위를 보호하고 그들의 역할을 법으로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PA 간호사는 의사의 일부 업무를 대신하는 간호사로, 의료 공백이 발생한 현장에서 이미 활동하고 있었으나, 그동안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불안정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이번 법안은 이들의 의료 행위를 보호하고, PA 간호사 업무 범위를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다만, 간호조무사 시험 응시자격 기준을 두고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관련 내용은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또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법정 협회를 설립하는 근거도 마련되었으며, 간호사들은 근무 환경 개선과 무면허 의료 행위 지시에 대한 거부권을 보장받게 됐다.
◈‘전세사기 특별법’ 본회의 통과… 피해자 보호 강화
전세사기 피해자를 보호하는 내용의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재석 295명 전원이 찬성한 이번 개정안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경매로 매입한 후 피해자에게 공공임대로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피해자들은 최소 10년간 무상으로 거주할 수 있으며, 추가로 최대 10년 더 시세 대비 낮은 비용으로 거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개정안에서는 전세사기 피해자의 보증금 인정 한도를 기존 3억 원에서 5억 원으로 상향했으며, 이중계약 피해자도 구제받을 수 있도록 했다. 경매 차익이 임대료에 미치지 못할 경우 정부와 지자체가 추가로 재정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되었다.
이번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실질적인 보호를 위해 필요한 제도를 마련하고, 피해 유형과 규모에 대한 실태 조사를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정기적으로 보고하는 방안도 포함했다.
여야는 이날 구하라법, 간호법, 전세사기 특별법을 포함한 총 28개의 민생 법안을 처리하며 국민 생활과 밀접한 여러 법적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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