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나 관계적 지식 제공에는 매우 큰 한계
설교는 단지 정보의 조합 아닌 하나님의 말씀
청중의 삶 복음으로 관통하는 신학적 성찰을
생성형 인공지능(AI)인 챗GPT의 출현은 일반 사회 뿐만 아니라 교계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그 중에서도 챗GPT가 과연 설교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간을 훨씬 뛰어넘는 챗GPT의 설교 작성 능력은 목회자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이런 가운데, 김대혁 교수(총신대 신대원 설교학)가 26일 오후 안양 일심교회(담임 김홍석 목사)에서 열린 한국기독교윤리연구원(원장 신원하 박사) 하계 컨퍼런스에서 ‘챗GPT 활용 시대 속에서 설교가 나아갈 방향’이라는 주제로 발제해 눈길을 끌었다.
김 교수는 “챗GPT의 열풍은 목회자들 사이에도 이미 일어난 미래이다. 예배, 설교, 상담, 교육의 영역에서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기에, 활용의 측면이나 저항의 측면에서나 목회자들은 많은 과제와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특별히 설교는 목회자의 고유한 영역으로 여겨져 왔으나, 현재 비판보다는 챗GPT와의 협업을 통한 시너지 효과(우려와 기대의 혼재 속에서도)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했다.
그는 “이런 맥락에서 오늘날 교회 강단을 지켜야 할 설교자에게는 챗GPT 사용에 대한 균형 있는 평가와 진단, 그리고 나아갈 방향과 구체적 가이드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우선 챗GPT의 한계에 대해 “주어진 데이터의 활용이지, 사람이 지닌 영혼, 감정, 직관과 더불어 사람과 문화 간의 관계적이고 정황적이고 경험적 지식을 제공하는 것에는 매우 큰 한계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분별한 챗GPT의 활용은 설교에 잘못된 내용이 포함될 위험이 생긴다. 이는 설교와 설교자의 신뢰 문제, 강단의 신뢰도와 직결된다. 따라서 챗GPT가 제공하는 정보에는 언제나 설교자의 검증 작업이 요구된다”고 했다. 이밖에도 그는 신학적 일관성 결여의 문제, 비의도적 설교 표절 이슈 야기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특히 “챗GPT가 제공하는 정보는 실제 설교에서 속한 공동체와 개인의 감정, 정서적 연결, 공감 능력, 공동체적 참여를 반영하는 것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며 “챗GPT는 설교자와 청중 사이의 인격적 소통을 도울 수는 없다. 설교는 성경의 진리를 설교자와 청중이 모두 특정한 문화적 내러티브 가운데 살아가며 ‘맛보아’ 아는 진리의 험증적 차원과 구체적인 삶의 정황에서 그 진리를 살아내도록 하는 실천을 지향한다”고 했다.
그는 “즉 설교에 반드시 포함되는 설교자와 청중의 정서와 경험, 공동체의 역동적 참여라는 차원과 설교자가 청중과의 삶의 교감과 동감과 더불어 설교자의 목회적 마음에 녹아드는 영역이 있기에, 챗GPT의 활용으로는 이 부분을 올바로 다룰 수 없다”고 했다.
김 교수는 “부지런히 본문과 청중 사이를 오가면서 성령의 인도하심을 분별하는 영적 분별력과 민감성을 설교 연구와 수행에 중심이 되도록 하는 것에 챗GPT가 자칫 유혹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설교 준비 과정에서 개략적인 설교 주제에 대한 빠른 검색을 통한 설교자의 브레인스토밍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점”, “설교자가 주제와 관련된 성경 구절들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전체 설교 계획을 기초적으로 설정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 점” 등은 챗GPT 활용이 장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김 교수는 설교는 단순히 “정보의 조합”이 아니라 “전인격과 영혼을 향한 하나님의 말씀”이라며, “말씀이 지닌 의미의 자리는 정보를 넘어 사람의 인격을 향한 변화를 향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말씀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시는 삶의 동력으로서 어떻게 상호 연결되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면 힘이 없다”고 했다.
그는 “아무리 유용한 정보라 할지라도 정확과 맥락에서 나오는 목적이 없이는 그 활용할 잣대가 사라지고 만다”며 “이를 위해 설교자는 본문 앞에 머무는 시간과 깊은 묵상을 통해 연마된 실천적 지식, 지혜를 구해야 한다. 명제적 진술을 구사하는 차원이 아니라 청중을 향한 생생한 적용이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오늘날 설교자는 챗GPT 시대의 빠른 변화 속에서도 유구하고 그리고 지금도 유효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하나님 나라와 세상을 더욱 깊이 품고 현대의 청중의 삶을 복음으로 관통하는 신학적 성찰이 있는 ‘딥프리칭’을 실천해야 할 시대적 과제를 안고 있다”고 했다.
한편,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김 교수에 이어 이춘성 목사(한기윤 사무국장)가 “인공지능 시대의 복음과 윤리”를, 장영하 교수(영국 서식스 대학 University of Sussex, 과학기술정책연구소 SPRU)가 “인공지능 시대의 크리스천”이라는 제목으로 강의했다. 장 교수는 이어 “인공지능 시대의 목회 워크숍”도 인도했다. 마지막으로 고훈 목사(서울교회를위한신학포럼)의 사회로 현장 질문과 토론 시간이 진행됐다.
컨퍼런스를 주최한 한국기독교윤리연구원의 신원하 원장(전 고려신학대학원 원장, 기독교윤리학 교수)은 “인공지능이라는 혁신적인 과학 기술의 도전 앞에 서 있는 한국교회와 사역자들이 이를 신학적으로 잘 검토하고 기독교 윤리적으로 잘 대응해 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 이유는 인공지능이 사역자들로 하여금 효율적으로 설교 준비와 사역을 할 수 있도록 돕지만 동시에 설교와 목회 사역에 비윤리적이고 몰인격적인 위험성을 가져다 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