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10명 중 6명, 전공의 업무 강요받아… 법적 보호 없이 위험 노출

대한간호협회, 의료현장 실태조사 결과 발표… 간호법 제정 촉구
지난 5월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간호법안 제정 촉구 집회에서 대한간호협회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던 모습. ⓒ뉴시스

대한간호협회가 20일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장 간호사 10명 중 6명이 병원 측의 일방적인 요구로 전공의 업무를 대신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적절한 교육과 법적 보호는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의사집단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의료 공백 상황에서 간호사들이 직면한 심각한 문제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대한간호협회는 서울 중구 간협 서울연수원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이러한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협회는 지난 6월 19일부터 7월 8일까지 385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실태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대상 의료기관 중 61%가 이 사업에 참여하지 않고 있어, 해당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은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우려스러운 점은 간호사들이 충분한 교육 없이 전공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장 간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많은 경우 30분에서 1시간 정도의 짧은 교육만 받고 업무에 투입되고 있으며, 심지어 교육받지 않은 일을 하도록 요구받기도 한다. 이로 인해 간호사들은 환자 안전사고 발생에 대한 두려움과 새로운 업무 수행에 따른 심적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다.

더욱이 수련의의 업무를 대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업무 범위와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일부 간호사들은 "수련의의 업무를 간호사가 간호사를 가르치는 상황"이라며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대한간호협회 탁영란 회장은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국민의 생명과 환자 안전을 위해 끝까지 의료 현장을 지키고 있는 간호사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체계가 너무나 허술하고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진료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간호사들에 대한 교육 지원과 적정한 보상체계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탁 회장은 "간호사가 더 이상 희생만을 강요받지 않고 법의 보호를 받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간호법안이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는 간호사들의 권리 보호와 의료 현장의 안정화를 위한 긴급한 조치로 여겨지고 있다.

한편, 최근 여야 원내 수석 부대표들이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간호법 등 '쟁점 없는 민생법안'을 신속히 통과시키기로 합의하면서, 이달 말 간호법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는 현재 의료 현장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해소하고, 간호사들의 법적 지위를 강화하는 데 중요한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는 의료 현장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으며, 환자 안전과 의료 서비스의 질 향상을 위해 간호사들의 처우 개선과 법적 보호가 시급함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앞으로 정부와 국회의 신속한 대응이 요구되는 가운데, 의료계 전반의 협력과 소통을 통해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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