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문제로 촉발된 의료 공백 사태가 6개월째 지속되는 가운데,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환자 급증으로 응급 및 중환자 치료 역량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환자들의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질병관리청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전공의 공백으로 인해 의료 현장에서는 응급실 환자 수용과 중환자 치료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재유행까지 겹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코로나19 입원 환자 수는 7월 3주차 226명에서 4주 만에 1357명으로 6배나 증가했으며, 응급실을 찾은 코로나19 환자 수도 6월 2240명에서 7월 1만1627명으로 5.2배 가량 늘어났다.
의료진들은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응급실 뺑뺑이' 현상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응급실은 24시간 운영되며 다양한 응급 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특성상 적정 인원의 교대 근무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재 인력 부족으로 인해 환자 수용 역량이 급감하여 응급실에서 환자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의 한 주요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사태 장기화로 배후 진료과의 역량이 대폭 감소되었고, 응급의학과 교수들의 사직과 휴직으로 인해 남은 교수들의 업무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며 "이로 인해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환자조차도 수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응급실 근무 의사 수 감소로 인해 수용 가능한 환자 수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병원에서 수용하지 못한 환자들은 일반 종합병원의 응급실로 분산되고 있지만, 이로 인해 일반 종합병원 응급실의 부담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고령층과 기저질환자 등 코로나19 고위험군의 경우, 중증으로 발전할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력 부족으로 인해 입원 치료가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이미 암 환자 등 중증·희귀질환 환자들도 입원이 어려워 외래에서 항암 치료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최근 고열 환자와 코로나19 양성 환자가 부쩍 늘었다"면서 "고령 환자 중 상태가 악화되거나 산소 공급이 필요한 경우 입원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지방에서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 '수도권 광역상황실'을 통해 수도권으로의 전원을 요청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부산·경남 지역의 전원 요청이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응급실 환자 수용 역량 급감의 또 다른 요인으로는 번아웃(탈진)으로 인한 응급의학과 교수들의 이탈이 지목되고 있다. 대부분 40대 중반부터 50대 중반인 상급종합병원·대학병원 교수들은 사태 장기화로 인한 업무량 급증으로 연쇄 사직이 일어나고 있다. 정부 통계에 잡히지 않는 전임의, 임상강사, 임상교수, 객원교수 등의 사직 또는 휴직까지 고려하면 실제 이탈한 전문의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해 응급실은 곳곳에서 파행 운영되고 있다. 최근 순천향대천안병원, 단국대병원, 세종충남대병원 외에도 특정 요일이나 시간대에 정상적인 응급실 기능이 중단된 채 운영되는 대학병원들이 다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병원에서는 "밤 12시 이후 응급실 운영 중단, 단 CPR 환자는 수용" 또는 "내일 아침까지 심정지환자, 심폐소생술(CPR), 흉통, 호흡곤란 환자 수용 불가" 등의 제한적 운영을 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올해 추석 연휴에 더욱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한 의대생들과 전공의들이 학교와 수련병원을 떠나 있어 내년에는 신규 의사(인턴)와 전문의가 배출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로 인해 향후 최소 2~3년간은 현재의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의사 양성 시스템은 전공의 과정인 인턴(1년)·레지던트(3~4년)를 거쳐 전문의 자격을 따는 하나의 고리로 연결되어 있어, 현재의 인턴 부족 문제가 향후 레지던트와 전문의 부족으로 이어져 장기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계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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