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복음주의연맹(AEA, Asia Evangelical Alliance)이 몽골 울란바타르 칭기스칸호텔에서 7~9일 ‘Disciple or Die’라는 주제로 제11차 총회를 개최했다. 이번 총회에 한국 총회 대의원으로 참석한 한국복음주의협의회(한복협) 소속 한정국 선교사(한복협 국제위원장), 이일호 박사(칼빈대 명예교수), 김윤태 박사(백석대 교수)와 인터뷰를 가졌다. 다음은 이들과의 일문일답.
-한복협이 한국 대표로 AEA에 참여하는 이유는?
김윤태 박사 : 한국교회는 교파주의를 추구한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한국기독교총연합(한기총) 등 연합기구에는 각 교단 대표자들이 참여한다. 하지만 문제는 교단들이 주도권을 차지하고자 경쟁하는 데 있다. 이 때문에 기독교 연합을 추구하는 협의체이지만 실질적으로 연합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한복협은 각 교단에 분포한 목회자들이 교파주의를 뛰어넘어 실질적인 일치와 연합을 위해 모인 단체다. 그런 점에서 AEA가 실질적인 연합운동을 할 수 있다.
-AEA 이사로 활동한 소회?
한정국 목사 : 아시아 복음화를 위한 연합 정신을 추구하는 게 중요하다. 사실 아시아 복음화를 위해 모인 AEA에서도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자리마다 이권 문제가 개입할 수 있다. 소위 정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 복음화를 위해 참여보다 그 동기부여가 후원금 모집에 치우칠 때도 있다. 연합운동의 순수성이 희석된 문제가 있다. AEA는 총대들이 이사 6명을 선출한다. 운영이사회가 구성되면 여기서 AEA 의장과 총무를 임명한다.
-이번 AEA 총회에 참여한 소회는?
이일호 박사 : AEA 총회에서 재정·감사 보고 등 연례 보고를 정확히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그저 AEA 임원들의 사역을 소개하는 방식으로만 했다. 그래서 저는 이번 11차 총회에서 이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했다.
한정국 선교사: AEA의 감사 기록 자체가 없다. AEA 감사 자체에 대해서도 투명성이 보장돼야 한다. 모든 권력은 총회 의원들에게서 나온다. 그런데 권력이 오직 이사회에만 집중돼 있다. 여기서 AEA 의장과 사무총장을 뽑는다. 의사결정 구조가 이른바 톱-다운 방식이다.
김윤태 박사 : AEA 이사 결정구조가 소수에 의해 결정된다. 또한 총회원들도 이사들이 어떻게 의사결정을 했는지, 이에 대한 정확한 내용을 모른다. 이 때문에 이의 제기도 할 수 없으며 그저 이사회 결정을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경향성을 보인다. 이것이 문제다.
AEA는 첫째 서구·유럽 교회를 중심으로 발흥한 자유주의 신학에 맞서고 복음주의 신학을 굳건히 지키고자 모인 단체다. 아시아 교회가 성장해온 이유는 성경의 권위를 인정해 왔기 때문이다. 서구·유럽 교회는 성경 비평 신학에 지배당했다. 특히 계몽주의 이후 후기 기독교 신학은 현대신학에 지배당했다. 그러면서 차츰 성경보다 현대신학을 더 우위에 두면서 차츰 퀴어신학 등 자유주의 신학도 팽배해졌고 그 결과 서구·유럽 교회는 현대문명에 종속돼 결국 망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아시아 교회는 성경을 현대신학보다 우위에 둔 결과 부흥했다. AEA는 이러한 서구·유럽의 신학적 물결이 어떻게 유럽을 망하게 했는지 타산지석 삼아 복음주의를 추구하고 성경의 권위를 사수해야 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AEA가 추구할 바람직한 의사 결정 구조는 무엇인가?
김윤태 박사 : AEA의 설립 목적은 복음주의 신학의 사수와 기독교 박해 등 아시아 교회들이 당면한 문제를 공조하는 데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들을 깊이 공감하고 논의하면서 대처하려면 이사회를 중심으로 몇몇 지도자들에 의해 의사결정이 진행되는 경향이 지양돼야 한다. 아시아권 국가 대표자들이 자신들의 기독교 핍박 상황을 적극 알리고 머리를 맞대 함께 대처 방안을 논의하고 즉각 실행하도록 논의구조가 개선돼야 한다. 즉 이사회에서 총회 의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특히 아시아지역은 전 세계에서 미전도 종족이 제일 많이 분포한 지역이다. AEA 이사회의 소수 엘리트 집단이 이미 사업을 결정했고, AEA 총회가 사업을 그저 추인하는 성격이라면 그 존재 의미는 없다고 본다. 이사를 제외한 다른 나라 대표들은 목소리를 내는 데 있어 들러리 수준으로 격하됐다. 현장 선교사들도 이러한 문제를 느끼고 있다.
한정국 선교사 : 사실상 세계교회협의회(WCC)가 자유주의 신학 일변도로 흘러가자 이에 대한 대항마로 WEA가 태동한 것이다. 그러나 WEA가 WCC의 톱-다운 의사결정 방식을 닮아간다면 선교 동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일호 박사 : WEA와 WCC의 정신은 다르다. 하지만 의사결정 구조가 톱-다운 방식으로 비슷하다. 이사회를 중심으로 한 소수 지도자에 의해 의사결정이 이뤄진다면 그 단체는 오래가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