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2024년 6월 국제수지(잠정)' 자료에 따르면, 6월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122억6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역대 3번째 규모의 흑자를 달성했다. 이는 반도체와 스마트폰 수출의 호조세에 힘입은 결과로 분석된다.
6월 경상수지 흑자는 2017년 9월의 123억4000만 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이로써 상반기 누적 경상수지는 377억3000만 달러를 기록, 한국은행의 당초 전망치인 279억 달러를 크게 상회했다.
경상수지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는 114억7000만 달러 흑자를 보이며 15개월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9번째로 큰 규모이며, 2020년 9월 이후 최대 흑자다. 수출은 588억2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7% 증가했으며, 9개월 연속 상승세를 유지했다. 반면 수입은 473억5000만 달러로 5.7% 감소했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AI 관련 수요 확대와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반도체 수출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며 수출이 호조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반면 수입 감소에 대해서는 "내수 회복 지연에 따른 상품 수입 감소와 반도체 제조용 장비 투자 이연, 항공기 수입 지연 등의 영향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서비스수지는 16억2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2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갔다. 여행수지는 9억 달러 적자로 직전 달보다 적자 폭이 소폭 확대됐지만, 운송수지는 5억 달러 흑자로 전환했다. 본원소득수지는 26억9000만 달러 흑자를 보이며 2개월 연속 플러스를 유지했다.
한국은행은 하반기 경상수지에 대해 흑자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불확실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긍정적 요인으로는 반도체 수출 호조세 지속과 본원소득수지의 양호한 흐름을 꼽았다. 반면 미국 경기와 AI 관련 투자 둔화 가능성, 주요국의 통화정책 방향, 지정학적 리스크 등은 부정적 요인으로 지목했다.
송 부장은 "하반기에는 글로벌 제조업 경기 개선에 따른 수출 호조가 이어지며 당분간 흑자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미국 경기, AI 투자, 주요국 통화정책 방향과 미국 대선, 중동 분쟁 등 불확실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여행수지와 관련해서는 각국의 통화정책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와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엔화가 강세로 전환됨에 따라, 일본 여행 수요가 다소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 한 관계자는 이번 경상수지 흑자 확대에 대해 "우리나라 경제의 대외 건전성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지표로 해석될 수 있다"고 평했지만, "한국은행은 글로벌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신중한 접근을 취하고 있다"면서 "향후 하반기 경제 동향과 글로벌 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경상수지 흐름이 어떻게 변화할지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