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반도체 보조금 정책 변화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한국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 전략에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미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 변경 시 투자 방향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삼성전자의 향후 행보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은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 정책 변화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보조금을 안 준다면 우리도 완전히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이는 반도체 등 각종 보조금 지원에 부정적인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미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4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38억7000만 달러(약 5조2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공장에서는 2028년 하반기부터 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이미 미국 정부에 반도체 보조금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보조금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반면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시 일대에 440억 달러(61조원)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 2곳과 첨단 패키징 연구개발(R&D) 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정부로부터 64억 달러(9조원)의 보조금을 받을 예정이며, 이는 투자금 대비 14.5%로 다른 기업들보다 높은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미 첫 번째 공장의 외관 공사를 대부분 완료했고, 추가 공장 건립을 앞두고 있어 미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 변화에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2026년에는 테일러 1공장에서 4나노미터 파운드리 공정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며, 2공장은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전자의 경우 이미 상당한 투자가 이루어졌고 지역 경제와도 밀접히 연관되어 있어, 미국 대통령이 바뀐다고 해서 보조금 정책의 근간을 흔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향후 미국의 정책 변화에 따라 한국 기업들의 투자 전략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어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대응이 다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SK하이닉스의 투자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반면, 삼성전자는 훨씬 큰 규모의 투자와 보조금을 받고 있어 정책 변화에 따른 영향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