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력존엄사법안, 현대판 고려장 오명 쓸 것”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안규백 의원 대표발의안 폐기 촉구

조력 ‘존엄사’? 조력 ‘자살’이 본질
말기환자에게 필요한 건 돌봄체계
의사를 죽음 조력자 삼아선 안 돼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소장인 홍순철 교수 ©기독일보 DB
성산생명윤리연구소(소장 홍순철, 이하 연구소)가 안규백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발의한 ‘조력존엄사에 관한 법률안’을 반대하는 성명을 23일 발표했다.

연구소는 이 성명에서 “안규백 의원은 지난 회기 때 비판을 받고 폐기된 조력존엄사 법안을 다시 대표발의했다”며 “지난 2022년, ‘의사조력자살 및 안락사’ 법안을 마련하면서 법안 이름을 조력 ‘존엄사’라고 하는 것은 조력자살의 본질을 호도하는 행위라고 지적 받았지만 다시 같은 이름의 법안을 발의했다. 국민의 뜻을 외면하는 행위라고 여겨진다”고 했다.

연구소는 “안 의원은 법안 발의의 근거로 ‘삶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증진하자는 입법에 찬성하냐’는 질문에 국민 80% 이상이 찬성한다는 설문 결과를 내세웠다. 말기 환자의 고통이 심하면 삶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가지고 조력자살 하는 것이 존엄한 것이라고 강요하는 것”이라며 “말기 환자가 되었을 때의 자기결정권은 자살이 아닌 존엄한 생명을 잘 살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 학회가 존엄한 죽음을 위해 가장 중점을 둬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물었을 때 ‘조력자살 합법화’라고 응답한 사람은 13.6%에 그쳤다”며 “대신 간병 부담 완화를 위한 시스템 조성과 의료비 절감, 그리고 호스피스 서비스의 확충이 우선이라고 답한 비율의 합이 80.7%에 달했다”고 했다.

연구소는 “국민들은 잘 죽기 위해 조력자살 법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돌봄 체계를 확대하여 말기에 잘 살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원하고 있다”며 “잘못된 조력자살 법안은 자살률 1위인 대한민국에 왜곡된 죽음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병상의 환자들에게는 간병비와 병원비 등의 문제로 조력자살로 유도당할 위험이 생길 수 있다. 현대판 고려장이라는 오명을 쓸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국민의 좋은 죽음을 ‘조력자살’로 몰아가려는 왜곡된 법안의 발의를 당장 중단하고, 돌봄 시스템의 확대를 위한 개선 법안을 마련하라”며 “말기 환자로서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시설이 현저히 부족하다. 조력자살을 논할 것이 아니라 호스피스·완화의료 시설의 확충과 돌봄 인력의 양성과 확보에 힘쓸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이어 “자살 예방 정책에 힘을 쏟고 있는 보건복지부 장관을 조력자살심의위원장으로 삼는 어리석은 법안을 당장 철회하라. 죽음의 자기결정권이라는 주장은 자살 또한 자기결정권으로 허용하라는 것”이라며 “자살예방정책과 정면 배치되는 모순이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생명을 지키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혼란을 일으키는 법안을 폐기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또한 “의사를 죽음의 조력자로 삼는 일을 중단하라”며 “환자의 생명을 지킬 의사가 부족해 의대증원 사태가 일어난 현시점에 환자의 생명을 종결시키는 일에 의사를 배치하라는 법안은 매우 부적절하다. 생명을 지키고 치유해야 하는 의사에게 조력자살의 도구가 되라고 강요하는 법안을 다시는 발의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본 회는 생명은 하나님의 것이고, 하나님이 허락하시기 전에 내 생명을 스스로 종결시키는 행위는 큰 죄악임을 천명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