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쿠바 주재 외교관 망명… ‘한·쿠바 수교 저지 임무’ 맡았던 인물

리일규 참사관, 가족과 함께 지난해 11월 한국 입국… ‘김정은 표창장’ 받은 엘리트 외교관

북한 쿠바 주재 대사관의 고위 외교관이 최근 한국으로 망명한 사실이 확인됐다. 16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리일규(52) 정치 담당 참사(참사관)가 지난해 11월 초 아내와 자녀를 동반해 국내로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 참사는 1999년 북한 외무성에 입부한 후 2019년 4월부터 쿠바 주재 정치 담당 참사직을 수행해왔다. 그의 주요 임무 중 하나는 한국과 쿠바의 수교를 저지하는 것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북한이 오랫동안 '형제국'으로 여겨온 쿠바와 한국의 관계 개선을 막으려 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올해 2월, 쿠바는 북한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전격적으로 수교를 맺었다.

리 참사는 북한 엘리트 외교관으로서 주목할 만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2013년 7월 발생한 '청천강호' 사건 해결에 기여한 공로로 '김정은 표창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청천강호는 쿠바에서 선적한 무기를 숨긴 채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려다 적발되어 국제적 주목을 받았던 사건이었다.

리 참사의 망명은 최근 증가하고 있는 북한 엘리트 계층의 탈북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통일부는 지난해 외교관, 해외주재원, 유학생 등 엘리트 계층 탈북자 수가 최근 몇 년간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숫자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약 10명 안팎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북한 체제의 내부적 균열을 시사하는 동시에, 국제 사회에서 북한의 외교적 입지가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쿠바와의 관계에서 북한의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한편, 리 참사의 망명은 북한 정권에 상당한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가 가진 외교 정보와 내부 기밀들이 한국 정부에 제공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향후 한국의 대북 정책 수립과 국제 사회와의 협력에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은 리 참사와 그의 가족의 신변 보호를 위해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이들의 안전한 정착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리 참사의 망명이 남북 관계와 국제 정세에 미칠 영향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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